그렉시트 엄청난 비용 회피하는 것이 당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그리스의 국가부도(디폴트) 가능성은 높지만,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은 5%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리스 수도의 중앙은행 앞에서 나이든 연금 생활자들이 이른 새벽에 연금 수령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출처 = AP/뉴시스> |
PNC는 이에 따라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이번 주말까지 그리스 국민들은 구제금융 반대 비용이 얼마나 클지 실감하게 될 것이며, 결국 그렉시트를 막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그리스 시중은행 영업은 중지됐고 추가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업 재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도 신규 구제금융 지원이 없이는 영업 재개를 지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 반대표를 던진다면 자본 통제 상황은 장기화 될 것이며, 이럴 경우 그리스 정부는 유로화가 아닌 차용증서(IOU)를 발급해 임금 및 연금 지급에 나서야 할 판이다.
구제금융 없이는 그리스 은행 예금인출도 무기한 제한될 것이며, 그리스 정부가 집권 당시 약속했던 공공지출 확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신 드라크마' 발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존 은행 예금도 드라크마화로 바뀌어 그리스 국민들의 금융자산 가치는 급락하게 된다.
PNC는 그리스 국민들이 불 보듯 뻔한 금융 손실 상황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며, 그간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그리스 유권자들이 그렉시트 보다는 유로존 잔류를 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렉시트 발생 가능성은 1/20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디폴트 되더라도 유로존 잔류가 가능하다면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디폴트 이후에) 법적으로 '유로존 가입전 EU회원국' 지위로 돌아가서 재가입 요건을 충족할 의무를 지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가 되면 당연히 조약을 어긴 것이 되어서 퇴출되게 되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완전한 회원국 이탈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이탈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그리스가 러시아와 손잡게 되는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동맹인 EU의 조약은 경제통화동맹인 유로존 회원국에 대해 "그 지위를 되돌이킬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EU회원국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U .조약에는 회원국 탈퇴가 가능하도록 명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EU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존에서는 자동적으로 탈퇴가 된다다. 이 경우 탈퇴 전에 2년 동안 브뤼셀과 협상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물론 EU 조약의 '유연성' 조항에는 그리스가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는데, 하지만 이런 해법을 활용하게 되면 유럽은 전례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가능한 시나리오에서는 배제된다.
마지막으로 유로존 회원국 장관들로 이루어진 총무이사회에서 그리스를 '특례 회원국(member state with a derogation)'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유로존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나라에 해당한다. 이 항목은 EU회원국이지만 아직 유로존 가입 요건을 갖추지 못한 나라를 위해 만든 범주이다. FT가 예상한 시나리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경우 유로존이 회원국이 특례 범주로 드나드는 '회전문'을 만드는 전례가 된다는 점이다.
한편, 유럽은 항상 정치적인 유연성을 발휘해왔다. 그 예로 영국과 덴마크의 경우 유로존 가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EU회원국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좋다는 예외를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2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유로화를 지키겠다"고 발언한 것처럼, 지금 그리스를 EU에 잔류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처럼 강력한 정치적 언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