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우려 커졌지만 비둘기 분위기도 보여..문우식 동결 소수의견
[뉴스핌=김남현 기자] 갑작스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선제대응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메르스 외에도 성장 및 물가, 유휴생산력 변화 등에 따라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필요성이 있었다는 고해성사성 언급도 나왔다. 전통적 매파로 분류되는 문우식 위원이 예상대로 금리동결에 손을 들어 소수의견을 표명했다.
기준금리가 1.50%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가계부채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다만 비교적 중립 내지 비둘기적 입장을 나타낸 금통위원도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반면 문우식 위원은 “메르스 확산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설사 메르스가 보다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메르스 사태는 우발적 일시적 충격으로 성장률 자체에 영향을 줄수 있으나 경기흐름이나 성장경로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없다”며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 금리인하 근거 메르스뿐만은 아니다
다만 금리인하의 근거가 메르스 사태 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C위원은 “성장 및 물가, 유휴생산력 변화에 기초할 때 지난번 통화정책 방향회의 이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조정 유인이 생성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즉 수출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되면서 제조업생산과 투자가 부진한데다 물가측면에서 수요측 상승압력이 충분치 못해 내년 상반기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적정 인플레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D위원도 “수출 감소세가 예상보다 더 커지고 소비 및 투자 등 내수 회복세도 여전히 뚜렷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위원 역시 “수출, 제조업생산 등에서 하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대내외 불확실성 부각에 따른 심리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경제내 유휴생산능력이 상당 수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용과 국내 소비의 불안 등으로 4월 성장 전망 경로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저금리 폐해 가계부채 우려 확산 vs 구조개혁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저금리 폐해를 지적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A위원은 “추가적인 금리인하나 재정확대만으로 경제활력을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책여력만 소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며 “금리조정은 충분히 완화적인 금융상황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위원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감독당국 등과 협력해 가계부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C위원 역시 “기준금리가 역사적 최저점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데에는 상당한 부작용과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E위원은 가계부채 우려와 함께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도 다소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다. E위원은 “우리경제의 저성장 원인을 장기침체, 부채순환, 구조적 역풍 가설 등에 비춰 진단하고 잠재성장률 하락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방향성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소지 등을 모니터링해 금융여건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가계대출 확대가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키지 않으면서 경제의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