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하조치로 유명 브랜드 가격경쟁 치열
이니스프리 북경 매장 <사진=바이두(百度)> |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의 수입관세 인하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이 오는 15일부터 중국 내 화장품 판매가격을 최대 12% 인하한다고 중국 제일재경이 1일 전했다.
이는 중국당국이 화장품 수입관세를 지난 6월부터 2~5%인하한데 따른 조치다. 중국 수입관세 인하로 유명 다국적 화장품 브랜드들이 속속 중국 현지 판매가 인하를 단행, 중국 화장품 시장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업체들의 마진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튀드하우스 등 4개 브랜드의 중국 내 판매가격을 평균 3~12% 인하키로 했다. 인하된 가격은 오는 15일부터 백화점, 브랜드샵, 화장품편집매장,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브랜드별로 보면, 라네즈의 평균 인하폭이 12%로 가장 높았고, 에튀드 하우스가 3%로 가장 낮았다. 설화수와 이니스프리의 제품은 평균 4%, 8% 하향조정 된다.
이를 통해 설화수의 중국 내 인기 상품인 자음생 인삼크림의 판매가격이 기존의 1680위안에서 1580위안으로 내려간다. 또 다른 인기상품인 라네즈의 수면마스크도 230위안에서 195위안으로 인하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격인하 배경에 대해 "중국 재정부가 지난달 화장품 수입관세를 인하함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중국 내 소매판매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재정부는 지난 6월1일부터 패션의류, 잡화, 화장품, 기저귀 등 일상용품 14개 품목의 수입관세를 평균 50% 하향 조정했다. 화장품 수입 관세는 5%에서 2%로 인하됐다.
이에 호응해 미국의 고급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도 중국 내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23%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로레알, 자생당 등 외국계 화장품 기업들도 소매판매가 인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화장품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고 나선 데 대해 "관세 인하의 영향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외 가격격차를 줄여 중국 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화장품 단가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 가격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세관 등록가격이 200위안인 화장품의 경우 이번 관세 인하로 절약하게 되는 금액은 6위안(약 1000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가격인하를 결정한 로레알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 것은 중국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살 수 있도록 하기위한 조치"라며 "중국 정부의 화장품 수입관세를 인하가 수입 화장품 소매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법제만보도 최근 "중국 내 수입화장품의 판매가격은 현지가격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면세점, 해외직구를 이용한 구입이 성행하고 있다"며 "이에 수입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현지시장 판매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일 현재 중국 이니스프리 공식 홈페이지에 고시된 인기상품 '더 그린티 시드 세럼'의 가격은 210위안으로 환율(181.07)을 적용하면 약 3만8000원이다. 반면 같은 시간 한국 공식사이트에 등록된 가격은 2만2000원으로 1만6000원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어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져 가격을 인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향후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가격인하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 "중국 내 수입화장품의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어 가격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며 "가격경쟁력 압박을 받고 있는 외국계 화장품 기업들이 이번 관세인하를 기회삼아 가격인하 효과를 최대화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앞서 중국 수입화장품 가격인하를 보도하며 "일부 소비재 수입관세 인하로 건전한 소비 활성화를 꾀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발판 삼아 중국 소비자 유인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시장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4% 늘어난 4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992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6월 말 현재 마몽드·라네즈·설화수·이니스프리·에튀드하우스·아이오페·려 등 7개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최근 10년 아모레 퍼시픽의 중국시장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7%에 달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연평균 41% 성장해 전체 매출에서 28%를 차지하는 3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