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모펀드 기업 M&A 단 한 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로 금융시장의 경계감이 한풀 꺾였지만 사모펀드와 머니 매니저들은 그리스 자산 투자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2년 전 위기 당시 KKR과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 업체들이 그리스의 부동산 및 금융 시장에서 바겐 헌팅 기회를 적극 모색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초 이후 구제금융 협상이 연이어 불발, 디폴트와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크게 고조되면서 그리스의 금융 및 부동산 자산 가격이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정부의 재정난과 자본통제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붕괴 위기를 맞는 등 실물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고, 여기에 정치 불확실성과 그렉시트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기업이 그리스에서 단행한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2억458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1997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BC 파트너의 지난 6월 제약사 파마덴 인수가 올들어 사모펀드 업계의 유일한 그리스 기업 인수다. 이 마저도 인수가 완료될 수 있을 것인지, 언제 마무리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랙스톤이 투자한 그리스의 부동산 업체 람다의 주가가 이후 14% 이상 급감하는 등 투자 손실이 눈덩이로 불어나자 최근 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저가 매력이 희석된 것으로 분석된다. 람다가 계획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시리자 정부가 보류시켜 놓은 상태다.
연기금을 포함한 장기 투자자들을 필두로 해외 기관들은 그리스 자산을 요주의 리스트에서 풀지 않고 있다.
벤슨 엘리어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마크 모굴 매니징 파트너는 “매크로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은 실정이며, 경기 회복이 이뤄지기까지는 장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회사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옛 통화인 드라크마의 부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엘리아스 파라스케바스의 디미트리스 파라케바스 이사는 “드라크마가 재도입될 경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 자체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스 정부가 채권국으로부터 개혁안을 승인 받고 3년 만기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해외 기관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기가 이미 크게 냉각된 데다 앞으로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강한 회복 역시 기대하기 힘든 만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3년 전 부채위기로 그리스의 자산 가격이 급락했을 때 투자자들은 채권국의 지원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바겐헌팅 기회를 적극 모색했다.
최근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고, 해외 투자 자금 유입이 활기를 되찾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자산 가격 상승 및 실물경기 회복 역시 속도를 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