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환영'...판매사 '굳이 나서야 돼?' 미온적 반응
[뉴스핌=박민선 기자]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일명 '자투리 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방치돼 있는' 펀드들을 정리함으로써 자산운용사들의 효율적인 운용을 돕고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도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다.
소규모 펀드 청산 작업은 그동안 당국이 개혁 방안을 논의할 때마다 거론돼 온 단골 주제였다. 이에 이번 개혁안에 대해서도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판매사가 우려하고 있는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을 설득시킬 만한 타당한 근거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당국은 운용규모가 소액일 경우 운용사가 임의해지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가 하면 소규모펀드 증가가 최소화되도록 등록 심사부터 문턱을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 '애물단지' 떼어낼 운용사만 "환영"
이번 결정을 가장 반기는 쪽은 당연히 자산운용업계다.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소규모 펀드들을 대거 정리될 경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규모펀드라고 하더라도 해당 상품마다 운용보고서나 공시 등에 대해 일일이 분리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품삯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한된 인력 안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담만 줄이더라도 훨씬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그동안 운용 규모가 작은 펀드들을 정리하고 싶어도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사들이 협조하지 않아서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개선안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확실히 이득을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당국에서 꾸준히 이러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화되지 못해왔다"며 "투자자들 중 '내 펀드에 손대지 말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번 개선안을 계기로 조금 더 운신의 폭이 생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 수익률 부진? 상품 특성 차이가 더 커…MP 강화 흐름도 '한몫'
하지만 소규모 펀드 정리 작업이 금감원의 '취지'만큼 투자자들에게도 실리를 안길 좋은 대책인가에 대해서는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금감원은 "이들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이 8.5% 수준이나, 이는 해당 기간동안 시장의 흐름이 중소형주 위주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나타난 것일 뿐 장기적인 수익률은 더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체 공모펀드 중 소규모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가량에 육박하는 만큼 이들 모두의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전제는 현실과 괴리감이 존재한다.
실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장기 성과 평가의 기준이 되는 3년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중 3개 상품은 이번에 정리 대상에 해당하는 소규모펀드로 나타났다. 키움일본스몰캡은 연간 21.87%, 2년간 44.43%의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3년 기준으로는 무려 106.56%의 화려한 성적을 보였다. 현대일본대표지수자1의 경우도 1년간 28.18%의 성과 달성을 비롯해 3년동안 99.90%라는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했다.
이밖에 피델리티글로벌펀드,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펀드,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펀드 등도 모두 50억원 미만의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3년 기준 60% 이상의 성과를 지켜내고 있었다.
특히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방식이 모델포트폴리오(MP)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규모가 작은 펀드의 경우 운용 인력의 손길이 덜 미쳐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금감원의 판단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각 자산운용사들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MP 복제율이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역시 최대 각각 70~75% 수준까지 올라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운용사들이 펀드 매니저들의 결정에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시스템화하면서 MP를 반영해 펀드에 담는 방식으로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와 달리 운용사의 MP가 운용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라고 해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덜 이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 운용사 임원은 "소규모 펀드라도 포트폴리오를 반영해 담는 주식 수만 조율하면 되기 때문에 운용하는 입장에서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판매사들 역시 이번 개선안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판매사가 투자자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설명해서 펀드를 통폐합시키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다"며 "이를 계기로 투자자 이탈이 일어나거나 항의를 받는 일들이 생길 가능성만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론상으로 소규모 펀드가 운용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지만 사실 수익률이 좋은 상품들도 꽤 있다"면서 "이런 경우 투자자들이 굳이 잘 가는 펀드를 없애겠다는 것에 동의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 운용사 관계자는 "메리츠자산운용이 단일 펀드로 좋은 성과를 낸 것이 이번 개선안 시행의 기대효과의 사례처럼 돼 버린 것 같다"면서 "펀드 수를 줄인다고 해서 수익률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면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