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외인 자금이탈 가속화…H주 펀드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
[편집자] 이 기사는 7월 31일 오후 6시 53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최근 중국 본토시장의 조정으로 중국 투자자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은 홍콩 H주 투자자들이다.
31일 종가기준 홍콩 H지수는 5월말 고점대비 25% 가량 빠졌다. 두달 만에 원금의 1/4이 사라지자 무덤덤한 투자자들도 홍콩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실 홍콩 H 지수의 저평가는 오래전부터 언급돼왔다. 현재까지도 같은 종목이지만 상해 A주가 홍콩 H주보다 40% 가량 높은 상황.
이를 이용해서 지난 4월 중국증시의 1차 조정이 예견되자 삼성증권, 국민은행 등 다수의 기관들이 본토 A주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홍콩 H주의 비중확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홍콩 시장은 상승기에도 본토시장 대비 부진했고 반대로 본토시장이 조정받자 홍콩 H주 펀드의 수익률이 더 큰 폭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 삼성증권·KB국민은행 고객, H주 펀드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
<자료=제로인(www.funddoctor.co.kr)> |
31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중국본토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28%이다. 같은 기간 홍콩 H주 펀드(A주·H주 동시 투자펀드도 일부 포함)의 수익률은 2.65%에 그쳤다. 반면 최근 3개월간 조정 장세에서 중국 본토 펀드는 평균 -10.28%의 손실을 나타냈으나 홍콩 H주 펀드는 -16.06%로 손실폭이 훨씬 컸다.
중국 본토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적고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변동폭이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이다.
<자료=제로인(www.funddoctor.co.kr)> |
다만 특정 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B통중국고배당자(주식)', 'KB스타차이나H인덱스', '삼성 누거버먼차이나' 세 펀드에는 연초 이후 각각 2083억, 558억, 922억원이 순유입됐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판매계열사인 KB국민은행, 삼성증권 등이 H주 비중확대를 권고하면서 특히 이같은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5월초 기준, 3개 펀드의 판매 잔액에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을 넘었다. 그나마 'KB스타차이나H인덱스'의 판매 잔액중 절반 정도가 계열사에서 판매됐으며, 나머지 펀드 둘은 판매잔액의 90%에 달하는 물량이 국민은행과 삼성증권 등 계열사 고객들에게 팔렸다.
'KB통중국 고배당'펀드는 포트폴리오의 72% 이상을 홍콩 H주에 투자하고 있으며, 'KB스타차이나H인덱스'펀드는 홍콩 H주를 인덱스로해서 추종하는 펀드다. '삼성누거버먼차이나'펀드도 2분기중 주로 H주 위주의 투자전략을 구사하며 벤치마크대비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4일 기준) <자료=제로인(www.funddoctor.co.kr)> |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본토 A주 가격이 어느정도 올라왔기 때문에 홍콩 H주도 키를 맞춰 올라오지 않겠냐는 전망을 믿고 투자를 감행했다. 여전히 H주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중국 본토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반등은 쉽지 않아보인다.
전문가들은 홍콩증시는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외국인의 자금이탈여부가 반등의 유무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홍콩 증시가 흘러내리듯 빠진 이유도 중국증시 조정의 영향과 맞물려 수급상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홍콩 H주 시장은 중국 본토시장과 다르게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높아 지나치게 이성적인 시장"이라며 "최근 신흥국 자금 이탈과 맞물려 본토 당국이 신뢰를 잃을만한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홍콩 시장에서도 자금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또한 갈수록 홍콩 주식의 상대적인 저평가가 심화되고 금융주 위주의 실적 개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같은 가격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신규 매수는 섣불리 추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3분기에는 홍콩 증시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는 있으나, 9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앞둔 신흥국 자금유출을 경계해야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규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2분기중 들어간 기존 투자자들의 경우 (본토처럼) 급락의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실적이나 경기 방향성면에서는 보유전략이 우세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