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진·정부 정책 효과 우려 작용..당분간 원화 가치 하락 전망
[뉴스핌=정연주 기자] 중국의 공격적인 위안화 절하에도 위안화보다 원화의 약세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통화 약세가 추세화된만큼 원화 가치도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장환율 종가기준(11일 위안화 고시환율 절하에 반영)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2.9% 약세를 보일 동안 원화 가치는 3.02% 약세를 나타냈다. 전날(24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200원 선을 터치하는 등 5년1개월래 최고치인 1199원으로 마감했으며 이날 엔/원 환율은 10개월 만에 장중 1000원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는 올 초 국내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 받았던 것을 보상받듯 지난 7월 한 달 만에 4.6% 절하되기 시작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증시불안과 일시적 요인인 북한 리스크가 겹쳐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중국의 경제 부진과 북한의 포격 도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달러/원 환율은 4.0원 오른 11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26포인트(2.47%) 내린 1829.81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날 새벽 남북 협상 합의로 북한리스크는 진정됐지만, 중국발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중국과 미국부터 인도, 대만, 태국, 홍콩 등의 신흥국까지 증시가 바닥을 기고 있는 가운데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6.3987위안으로 고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0.196% 하향 조정하는 환율 카드를 또 한차례 꺼내 들었다.
원화도 이 같은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25%를 넘어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다. 현재로써는 원화 가치 상승 재료가 부재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경기 부진과 정부 정책의 효과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 폭락 등의 원인이 모호한 가운데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보다 원화 약세폭이 큰 상황이다. 원화 약세가 지나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금리 인상에 집중했던 외환당국도 다소 당황하는 듯한 분위기다. 수출에 호재인 원화 약세를 반기고 있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중국 증시 폭락과 공격적인 위안화 절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던 셈이다.
당국 관계자는 "심리적 불안이 가중될 수 있어 속도 조절 차원의 개입은 필요할 수 있다"며 "원화 약세가 더 가속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원화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장중 터치한 달러/원 환율 1200원은 올해 연간 전망치였다. 당국은 적극적인 물량 공세로 환율 1200원선 방어에 나섰지만 사실상 전날 이를 돌파한 것과 다름없다는 인식에 시장 참가자들은 연간 전망치를 최대 1250원까지 높이고 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1200원 상향 돌파는 시간문제다. 달러 강세 우려는 완화됐으나 신흥국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익스포져 정도에 따라 차별화를 나타낼 것이고 원화도 향후 변동성이 작을 수 있지만, 신흥국 상황을 보면 절대적인 강세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1200원을 막겠다는 시그널을 줘 투매 경향이 줄어들 수 있더라도 당국 개입만으로 환율 상승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