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풍 줄고 저성장 맞아 인재상 변화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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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권 수장을 충청과 호남 출신이 양분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명박 정권 시기에는 TK(대구, 경북) PK(부산, 경남) 등 영남권 출신이 장악해, 다른 두 지역 출신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장에 충남 부여 출신인 함영주 하나은행 충청영업본부장이 내정되면서, 충청도 출신 은행장과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총 5명이 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충남 천안), 조용병 신한은행장(대전광역시), 박종복 한국SC은행장(충북 청주)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충청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토박이다.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은 충남 보령 출신이지만 고등학교는 서울에 있는 서울고를 졸업했다.
충청 출신 은행 수장. (왼쪽부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 내정자,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박종복 한국SC은행장. |
호남 출신 금융권 수장.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이로써 금융당국 수장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의 CEO를 충청과 호남 출신이 양분한 구도가 됐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인물로, 전 정권에서 금융권을 장악했던 영남권 출신은 없다는 점이다.
현직에 있는 영남권 출신 주요 CEO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부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부산)인데, 이들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됐다. 성세환 BS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경북 청도),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경북 경산)도 해당하지만, 이들은 지방은행 특수성이 반영됐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경북 예천)만이 사실상 현 정권에서 선임된 유일한 영남 출신 은행장으로 봐야 한다.
최근 선임된 함영주 행장, 이광구 행장, 조용병 행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각 금융지주사는 ‘조직화합’, ‘친화력’을 꼽았는데, 이들이 가진 충청인 특유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기질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전 정권에서 금융권 인사를 관통하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상촌회(상주 촌놈의 모임) 등과 같은 숨은 권력이 이번 정권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은 부하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형님 동생으로 대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함 행장 내정자의 경우 충청영업본부장 시절 부하직원 1000여명의 이름을 외우고 다녔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관료 출신답지 않게 소통과 유연함을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간식 타임을 갖는 등 소통을 중시했다. 이광구 행장도 본인이 시골 출신이라며 몸을 낮추는 영업자세와 직원들과도 거리가 전혀 없다.
반면 ‘부산 사나이’로 불리는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한동우 회장은 직설적이고 화통한 성품으로, 조직을 카리스마로 장악하는 특징이 있다.
호남 출신 수장들은 각 조직의 특수성이 고려돼 선임된 면이 크다. 임종룡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산업개혁 주문에 따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의 경험이 크게 반영돼 적임자로 꼽혔고, 윤종규 회장은 전임 KB금융 경영진 간 다툼에 따른 후유증을 잠재울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권은 현 정권 들어 금융규제 개혁이 화두로 대두하며 정치 관치 외풍이 줄었고, 금융환경이 저성장 저금리시대로 재편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CEO 인재상이 필요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외풍이 줄었기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 은행장 후보를 뽑을 여지가 생긴 바탕 위에 기업 가계여신 확대, 핀테크 등 스마트금융과 자산관리 확대가 기업 제1 목표가 되면서 영업력을 갖추고 동시에 조직원을 친화력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은행장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