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픽(OPIc) 운영 크레듀 성장세 꺾여..SK 등 지원서에 외국어점수 없애
[뉴스핌=추연숙 기자] 삼성이 운영하는 영어 말하기 시험 오픽(OPIc)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채시험에서 '탈(脫)스펙' 추세가 확산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탓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 교육서비스 계열사인 크레듀의 올 상반기 외국어서비스 부문 매출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162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크레듀는 지난 2000년에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해 설립된 코스닥 상장사로, 2007년부터 오픽 시험을 전속 운영하고 있다. 크레듀의 외국어서비스 매출은 오픽이 취업 준비생들의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을 거듭해 2013년 400억원 대로 올라섰지만, 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감소폭이 확대돼 3년만에 연간 400억대 매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오픽과 외국어교육 아웃소싱 등 외국어서비스가 크레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HRD(인적자원개발) 등 기업교육서비스는 50%이며, 지식컨텐츠 서비스가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픽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주 고객층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 지원 시 필수 요건이 된 영어 말하기 시험이다. 이후 SK, 포스코, CJ, LG, 두산, 현대하이스코,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오픽을 채택하면서 크레듀의 성장을 견인했다.
오픽의 인기가 꺾인 것은 최근 취업시장에서 '탈(脫) 스펙'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기업들은 취업준비생의 비용 부담 및 무모한 스펙 경쟁을 줄이기 위해 자기소개서에 '스펙' 기입란을 없애는 추세다.
기존에 오픽 점수가 필수였던 SK그룹은 올 상반기 서류에서 외국어점수란을 없앴다. LG, 롯데, 이랜드 등에서도 특정 직무를 제외하곤 영어 점수를 받지 않았다. 이런 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직업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스펙 경쟁이 크게 느껴지는 공채 비중이 줄어들고, 약 한 달의 인턴쉽을 통해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전형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취업준비생들도 이를 파악하고, 어학 시험 점수에 무리하게 매달리기보단 실제 직무 경력 쌓기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오픽을 요구하는 기업이 줄어드는 추세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외국어학원에서 오픽 대신 말하기시험을 대비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오픽을 의무로 제출하게 했던 SK, 포스코 같은 회사도 요즘은 아예 서류에서 어학 자격증을 보지 않고있다"며 "또 시간은 급한데 삼성 쪽은 경쟁이 높다보니 일단 오픽은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픽의 경쟁 상품인 토익 스피킹 등을 접수 대행하는 YBM시사닷컴의 온라인접수 부문 매출도 올 상반기 658억원 전년 상반기 (754억원) 대비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