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업, 글로벌 TOP10 목표..이재현 회장 재판이 투자 변수'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CJ인제원에서 열린 `CJ그룹 문화사업 20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강필성 기자] CJ그룹이 문화사업을 글로벌 TOP 10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2020년까지 5년간 1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는 CJ그룹 창사이래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CJ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9년간의 영업이익을 문화사업에 쏟아 붓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건강과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채욱 CJ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국 CJ인재원에서 열린 ‘미디어 세미나’에서 “2020년까지 문화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단순 해외진출이 아니라 해외 문화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기업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알만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실제 CJ그룹은 2020년 문화사업 글로벌 TOP 10 진입, 매출 15조6000억원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문화사업 특성상 단지 해외 진출만으로는 현지의 문화를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CJ그룹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Globalization)과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Localization)을 합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전략을 택했다. 현지 문화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10조원이라는 금액은 CJ그룹 지난해 매출 26조8000억원의 37%에 달하고, 지난해 그룹의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다보니 전문경영인 체제의 CJ그룹이 이같은 규모의 투자금액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 내에서 10조원 투자를 결정했지만 순조로운 집행을 위해서는 오너의 결정이 필수적”이라며 “이 회장의 건강과 판결 등의 변수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에 앞서 이를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오너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신장이식수술 이후 병상을 떠나지 못하는 상태로 무엇보다 횡령·탈세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역시 건강 악화로 주로 미국에 체류 중이다. 때문에 현재 CJ그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필두로 이 부회장 등 5인의 그룹경영위원회가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최근 CJ대한통운의 싱가포르 APL 인수 추진 과정에서도 오너의 부재에 적잖은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인수전을 벌여온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 인수전에서 이 회사를 꼭 인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업체가 CJ대한통운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중동 물류에 강했기 때문에 적잖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CJ그룹은 실사 과정에서 APL의 적정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치열한 인수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감안해 9000억원을 써내기로 했다가 다시 1조원으로 고쳤다. 최종 CJ그룹이 써낸 금액은 1조1000억원이었다.
이 부회장은 “당초 8000억원으로 평가한 APL에 무려 3000억원을 더 써냈는데, 결과적으로 1조3000억원을 써낸 일본의 물류업체가 APL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며 “이것이 전문경영인의 한계구나 싶었다. 오너가 있었다면 우리가 분명히 인수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 회장은 그동안 CJ그룹의 문화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가능케 했던 주역이었다. 1995년 식품 위주의 기업만 보유했던 CJ그룹이 문화사업인 드림웍스SKG에 투자를 결정했던 것은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라는 이 회장의 한마디였다.
한편, 이날 CJ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문화사업 매출 15조6000억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TOP 10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CJ CGV는 전체 스크린의 80%를 해외에서 확보하기로 했고 CJ E&M은 글로벌 콘텐츠 개발로 영화사업의 글로벌 매출을 60%로 늘리고 음악 및 공연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