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스트' 증권사들, 최종 PT 하루 앞두고 총력전
삼성생명 이후 최대 딜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건은 향후 롯데그룹이 추진해나갈 사업부문 금융 파트너로서의 영역 확장,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이슈에 따른 추가 기업공개 가능성 등 잠재된 일정들을 감안하면 더더욱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발표된 호텔롯데의 IPO 주관사 숏리스트(적격 예비후보)에서 이변이 속출하면서 최종 주관사 선정을 둘러싼 여의도 증권가 긴장감은 배가되고 있다.
이번 숏리스트에 선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국내 증권사 3곳과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4곳이다. 각 증권사는 최종 프리젠테이션(PT)을 하루 앞두고 "자존심을 걸고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롯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주관사 숏리스트에 오른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2년간 IPO 실적. 자료=각 증권사 |
◆ 'IB거물' 한투 vs '전통 강자' KDB대우 vs '다크호스' 미래에셋
현재 후보군에 오른 국내사 3곳의 IPO 실적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투자증권이 단연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성사시킨 IPO건만 이미 10건. 상장 규모 측면에서도 NS쇼핑(2063억원)을 비롯해 코아스템, AJ네트웍스, 세화아이엠씨 등 총 4693억7000만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1589억원 규모였던 삼성SDS의 상장 당시에도 주관사로 활약하며 총 11건의 IPO를 성사시킨 화려한 트랙레코드(실적)를 보유 중이다.
인적 자원에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 양성에 중점을 두는 회사 경영 방침에 따라 IB분야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꾸준히 양성함으로써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 중심에는 28년째 IB분야에서 활약 중인 여의도 대표 'IB통' 정일문 기업금융본부장이 있다.
정일문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이 그동안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사의 상장을 도맡아 오면서 트랙레코드를 형성해왔다는 점은 IB부문의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의 강점을 대변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며 "기업 상장 과정에서 관리 능력 등은 탁월한 수준임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한국투자증권이 IB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면서 유상증자를 포함해 ECM(주식시장) 자체에서 좋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골드만삭스와 함께 삼성SDS 상장 주관을 했던 점도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IB부문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다져온 업력에 비춰본다면 KDB대우증권의 반격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대우증권은 지난해 제일모직 상장 당시 대표 주관사로 활약하면서 2011년 있었던 중국고섬 사태로 인해 위축됐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당시 중국고섬가 회계 부정 사태로 인해 증시에 충격을 입히면서 상장 주관사였던 대우증권 역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올해 IPO 성적표를 보면 토니모리를 비롯해 잇츠스킨, 클레어스코리아 등 화장품 관련 기업들을 증시에 데뷔시키는 데에서 활약하면서 기존보다 넓어진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화장품업체인 카버코리아 역시 상장 주관사로 대우증권을 선정한 상태다. 실적 역시 향상돼 지난 2분기 기준 5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수익이 300억원을 웃돌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준으로 제일모직을 벤치마크로 삼는다면 대우증권이 높은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위기 이후 '강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인력 충원 등 내부 조직을 다지고 있어 그 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태다.
김상태 대우증권 IB사업부문대표는 "최근 해외 IB들과 함께 진행한 빅딜들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우리 하우스의 강점일 것"이라며 "해외투자자들에 대한 가장 최신의 감각을 갖고 있고 내부 IPO만을 전담으로 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호텔롯데 IPO의 '다크호스'격인 미래에셋증권도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본다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성적은 8위에 그쳐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콜마비앤에이치 합병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도 3호(114억원), 4호(61억원)를 잇따라 상장시키는 추진력을 증명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이번 딜에 임하는 각오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기승준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트렉레코드를 강조하는 IPO 시장의 특성상 타사와의 격차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역으로 보면 이번 IPO건에 대한 집중도나 열정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며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뿐 아니라 향후 롯데그룹이 진행해나갈 해외투자 등 다양한 사업 과정에서 발휘할 수 있는 전체적인 시너지를 감안한다면 미래에셋이 매력적인 파트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 외국계 증권사들도 막판 점검에 주력하며 결승전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롯데가 이번 '왕자의 난'으로 인해 반감을 산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노무라증권과의 관계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인지 역시 이번 IPO딜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 롯데쇼핑 당시 노무라증권과 함께 상장을 주도했던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삼성SDS 상장시 한국투자증권과 호흡을 맞췄던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롯데처럼 큰 기업의 IPO의 경우 하우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향후 해당 기업의 회사채 발행 등에서의 연결고리는 물론 앞으로 계열사들의 상장 예정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상장건은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귀띔했다.
◆ 'IB 3대천왕' NH투자증권 탈락 이변, 왜?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숏리스트에서 NH투자증권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주관사로서의 신뢰도 문제 등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IPO 실적만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면 NH가 탈락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단순한 수수료 경쟁 등 보다는 회사채 발행 등 발행사와의 관계 유지 등에 대한 부분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IB부문에서 비슷한 경쟁력을 보유한 증권사들간의 경쟁에서 상장 이후 거래 관리 능력은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요인"이라며 "NH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회사채 인수 실적에서 타사 대비 뒤쳐진 것이 이번 주관사 선정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호텔롯데 관계자는 "공동주관사와 관련해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검토 중"이라며 "최종PT를 통해 IPO에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기업들에 대해 기준에 따라 최종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백현지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