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저유가'에 경상수지가 4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사상 최장기간 흑자 기록이다. 전월대비 흑자폭은 다소 줄었지만 100억달러 가까운 흑자랠리가 이어지면서 연간 흑자가 10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수출입 모두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고 수출보다 수입감소폭이 더 큰 것에 따른 경상흑자라 '불황형 흑자'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다소 줄었지만 전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메르스 여파도 여전한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84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93억170만달러에서는 흑자폭이 소폭 줄었으나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흑자 행진이 지속됐다. 또한 흑자행진이 42개월째 유지되면서 1980년 1월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1월부터 8월까지 흑자폭도 70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545억4000만달러 대비 2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예상보다 가파른 흑자폭 확대에 한은의 올 연간 경상흑자 전망치인 980억달러는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
<자료제공=한국은행> |
이같은 흑자 랠리는 지난해보다 국제 유가가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8월 현재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8월 배럴당 101.9달러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47.2달러까지 내려와 전년동월대비 46.3%나 급감했다.
흑자폭 감소는 통관수출 감소와 더불어 선박조정 효과가 반영돼 상쇄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상필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전년보다 낮은 유가 영향으로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통관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8월 선박 계정방식에 따른 조정이 지난달에 비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공중계무역 감소폭이 축소됐고, 더불어 여행수지도 메르스 효과가 진정되면서 적자폭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부문별로는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전월 100억5000만달러에서 89억6700만달러로 줄었다. FOB기준 상품수출이 431억8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1.47% 감소했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상품수입은 342억10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7.7% 줄었다. 11개월 마이너스 행진으로, 상품수입 역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유지했다.
통관기준 8월 수출입은 전월보다 더욱 악화됐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4.9% 감소에 그친 39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도 18.3% 줄어든 349억7000만달러를 보였다.
여행수지 적자폭은 전월(14억5000만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행수지는 지난 7월 전년동기대비로 53.5% 줄었고 8월도 26.5% 감소했다.
황 팀장은 "9월은 여행수지가 정상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여행수입이 늘어나면 여행수지 적자폭이 줄면서 예년과 비슷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수지 개선, 운송수지 흑자 전환 등으로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전월 19억2000만달러에서 13억4000만다러로 축소됐다.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이자수입 감소 등으로 전월 12억8000만달러에서 9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이전소득수지는 1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금융계정 유출초 규모도 전월 102억1000만달러에서 91억2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직접투자 유출초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순회수로 전환된데다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증권투자 순유출 규모가 줄어 전월 71억5000만달러에서 23억5000만달러로 크게 축소됐다.
파생금융상품은 17억달러 유출초를 시현했으며 기타투자는 금융기관의 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돼 전월 29억5000만달러에서 85억3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준비자산은 3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