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별도 추진은 이례적이라 의견일치 불확실"
[뉴스핌=윤지혜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시각차가 대우조선 자구계획안 수립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사상 처음으로 두 기관이 각각 별도의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사회계법인의 추정 손실이 다를 경우 향후 자구안 마련시 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대우조선에 대해 “이달 중에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세부 자구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구계획안을 수립하려면 정확한 손실 액수가 나와야 하는데, 이번 실사에서 지난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3조318억원 보다 추가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실사에서는 더 보수적인 잣대를 갖다 대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외의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련 업계는 산은이 주관사로 선정한 삼정회계법인과 이를 재검증하고 있는 수은 측 삼일회계법인 사이에서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지만, 수은이 회수할 채권액이 가장 많아 더 면밀하고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은의 대우조선 채권액은 대출금 1조원과 은행성 보증 등을 포함해 총 8조8000억원에 이른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실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회계감사와 달리 실제로 회수 가능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면서 "산은에서 파견한 회계법인과 수은에서 파견한 회계법인의 실사금액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은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실사를 진행한다 해도 채권액 비중이 큰 수은은 회수가능액을 더 꼼꼼하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통상적으로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실사단을 구성하는데 이렇게 두 군데에서 따로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양측이 어떻게 의견합일을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9월 말로 예정됐던 산은 측 실사보고서가 지연되면서 금융당국이 예고한 기한까지 양측의 의견교류가 시급한 상황이다.
산은 측 삼정회계법인은 채권단에 중간 실사보고서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원래 삼정회계법인이 중간 실사보고서를 내고 9월 말까지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채권단에 중간 보고서조차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10월 중 자구안계획 수립에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양 회계법인의 실사액이나 결과가 다르면 서로 맞춰야 할 것"이라며 "회계법인들이 협의해 합일된 실사보고서를 내야 하며 회계법인 간 이견조율이 안되면 산은과 수은이 나서서라도 정확히 실사에 대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대우조선 관련건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줄여서라도 무조건 이달 안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