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대증권 매각 어떻게 할지 고민"
[뉴스핌=윤지혜 기자]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금 2000억원과 3716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 무산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그룹 측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이달 23일 현대상선이 갚아야 할 2000억원의 대출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달 22일에 만기가 도래하는 3716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이미 재연장이 결정된 상태며 내년 4월 만기를 앞둔 16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해서도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2000억원 대출은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며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3716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회사채는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서 이미 만기 연장이 결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현대증권 매각으로 자금이 들어오면 갚는 조건으로 산은에서 200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이를 상환할 수 없게 됐고 자구안 계획을 진행 중인 현대그룹 내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하지만 금융권 협조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될 전망이다. 현대증권 매각 무산으로 6475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자금 사정에 다소 변수가 생겼지만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구안 대책에 포함된 현대증권 매각 외에 다른 방안은 거의 100%가량 이행해 가고 있다"며 "현대증권이 매각이 안 됐더라도 당장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됐지만, 현대상선의 영구채 발행 등이 예정돼 있어 자구안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약 3000억원 가량을 확보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다만 부진한 해운업황에 따라 현대상선이 흑자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대상선의 지난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63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476억원에 비해 오히려 155억원이 늘었다.
현대그룹은 3조3000억원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이후 현대증권 매각까지 포함해 108%의 이행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대증권 매각 무산으로 현재 90%를 밑돌게 됐다.
한편 현대그룹과 산은은 향후 현대증권 재매각 여부 시기 등을 포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 측은 "향후 현대증권 매각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며 "최종 경쟁입찰까지 올라왔던 파인스트리트와 우선적으로 매각을 논의할지 재매각에 들어갈지 등 아직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