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너지·당국과 신뢰관계 등 타당성 확보…"무리한 베팅 않을 것"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
지난 2일 한국금융지주가 대우증권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앞서 출사표를 던진 KB금융 지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유력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의 참여 등 이렇다 할 흥행 보증수표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금융지주의 참여는 대우증권 인수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 대한 김 부회장의 '의지'의 강도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 고위 임원들도 다양하게 반응한다. 10년전 한투증권을 인수하던 당시 인수대금은 건물가격을 포함해 총 5400억원대 규모. 김 부회장의 두번째 도전이라고는 하지만 2조원을 넘는 이번 인수 규모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완주할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금융지주로선 이번 인수가 2005년 한투증권 인수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데 이견이 없다. 더구나 김 부회장은 그동안 2020년까지 한국투자증권을 아시아 NO1.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수없이 강조해왔다. "절대 허튼 소리를 하는 성격이 아닌 데다가 한번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한투 고위 임원의 말에 비춰보더라도 인수전에 대한 김 부회장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실질적 업무 영역에서의 시너지 역시 긍정적이다. 한투가 IB부문에서는 이미 업계내 상당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지만 대우와 합쳐질 경우 리테일이나 해외 영업부문 등 전반적인 사업분야에서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달성하는 데 부족함 없는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해외 시장의 경우 한투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시장을 구축해왔던 데 비해 대우증권은 중국과 미국 등을 주요 무대로 공들여왔던 만큼 영업의 시너지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과의 신뢰 관계 역시 김 부회장의 결심을 뒷받침한다. 과거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으로 KB금융지주가 탄생하면서 은행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뤄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통해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을 바라는 당국으로선 대형사들쪽으로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업계 관측도 있다.
이 가운데에도 당국과 평소 두터운 신뢰를 쌓고 과거 성공적인 인수 사례를 증명한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후한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냐는 것. 특히 한투증권 인수 당시 구조조정 등 별다른 '출혈' 없이 합병 후폭풍을 최소화했던 김 부회장의 포용적 경영 스타일도 충분히 호감을 살 만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느끼는 이번 인수전에 대한 온도차는 부인하기 힘들다. 내부적으로 김 부회장의 '의지'가 나타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한투증권 내부에는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 등 실무진조차 아직까지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두곳에 비해 표면적으로는 적극성이 떨어진다.
"시장에서 회자되는 것보다 김 부회장이 무리하게 달려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무리인 게임인데 신중한 분이 인수를 위해 크게 지르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한투증권의 한 고위임원의 말이다.
또 다른 고위 임원도 "마지막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다양한 인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참여하는 쪽으로 결정했고 가격을 정하는 건 오너에게 달린 문제지만 무조건 사겠다는 각오로 가격을 올려 살 분은 아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는 "'오너'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존심을 위해 무리한 베팅을 할 분은 아니다"며 "평가 요소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 비중이 가장 높게 책정된다면 대우증권은 한투의 몫이 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한투로선 잃을 것 없는 게임'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실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우증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임원은 "한국금융지주가 단순 '들러리' 수준의 입찰 참여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본입찰까지 완주할 지 의지만을 놓고 보면 KB금융지주나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이는 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