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정부 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고, 민간 주도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역할을 헬리콥터맘에서 빗자루맘으로 바꿔야한다는 얘기다. 

국가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과 정부가 참여한 국가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이 5~10년의 중장기적 시계에서 우리경제의 발전전략 및 정책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작업반은 이번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에서 "미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유연한 경제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민간 주도의 경제원칙을 확립하고 정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 글로벌 경제통합, 세계경제질서 재편, 저성장과 고령화 등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고, 이러한 트렌드는 높은 대외개방도, 선진 ICT기술, 급속한 고령화 등 한국의 특수성과 맞물려 우리 경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즉,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추격형 성장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과거의 성공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작업반은 "미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운영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긴요하다"며 "정부 주도의 경직적 경제체제로는 세계시장에서 '선도 경쟁'의 일원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변방으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림=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

이에 연구작업반은 각 경제주체의 자율과 책임으로 운영되는 현장중심(Place-based innovation)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규제 개혁과 사회적자본 축적 등을 통해 시장경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역할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연구작업반은 "혁신과 창의에 기반한 기업·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민간이 혁신을 통해 스스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정부는 선도자에서 조력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추격형 성장은 혁신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로, 정부 주도 탑-다운(Top-down) 방식의 연구개발(R&D)은 연구기관 주도 바텀-업(Bottom-up) 방식의 R&D로, 범용인력 양성은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작업에 참여한 이대희 기획재정부 미래정책총괄과장은 "정부가 완전히 발을 빼겠다는 게 아니고, 정부가 관여하는 방식과 역할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어떤 산업이 중요하다'식으로 피킹(Picking)하는 데만 주력했지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주는 데 있어선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활동하는 데 문제가 되는 규제들을 풀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못했기에 앞으로는 일단 하게 하고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헬리콥터맘에서 빗자루맘으로, 즉 원칙만 세우고 간섭은 주변의 걸림돌만 치워주는 식으로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중장기전략위원회 제5차 회의를 주재, 국가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에서 작성·건의한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심의했다.

이번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제2기 중장기전략위원회의 1년 여에 걸친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 대한민국호는 콜럼부스가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을 향해 나아가듯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은 긴 여정을 떠난 우리에게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리콥터맘은 평생을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을 지칭한다. 빗자루맘은 자녀가 스스로 학습 및 진로를 탐색하는 가운데 장애물을 치워주는 식으로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엄마들을 뜻한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