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공방 격화, 완커 증자로 맞불, 21일 A H주 거래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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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선전거래소 상장 중국 유력 부동산 기업인 완커(萬科)의 기업 지배권을 둘러싸고 중국 거대 자본간의 지분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완커의 기존 대주주인 화윤(華潤)이 대주주 자리 방어에 나서며 한때 1대 주주의 '왕좌'를 되찾았지만, 11일 적대적 인수합병 자본인 바오넝(寶能) 계열 자금단이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면서 화윤은 대주주 수성에 실패했다.다급해진 완커는 결국 증자를 결정, 이를 위해 21일 오후부터 완커의 A주와 H주 거래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 완커그룹, 증자로 경영권 사수...21일부터 거래 중단
완커그룹은 18일 공시를 통해 21일부터 완커의 A주와 H주 거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증자를 통해 지분 방어에 나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완커측은 늦어도 2016년 1월 18일 전에 거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복수의 중국 경제전문 매체에 따르면, 완커 주식의 거래중단은 증자를 위한 것으로 완커측은 300억 위안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완커의 창업자인 왕스(王石)는 바오넝계 자금단에 대항하기 위해 500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데, 이미 중량그룹(中糧集團)과 모 신탁회사로부터 각각 200억과 100억 위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커의 '주인' 자리를 넘보는 바오넝 계열 자금단은 크게 부동산 자본인 바오넝과 보험자본인 첸하이생명보험(前海人壽)이다. 여기에 선전 소재 기업인 쥐성화(鋸盛華) 등이 합세했다. 11일 기준 바오넝 계열 자금단이 확보한 완커 지분은 기존의 대주주인 화윤의 지분(15.23%)보다 훨씬 많은 22.45%에 달한다. 완커의 회사정관에 따르면 보유지분 30%를 확보한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권이 돌아간다. 바오넝계 자금단이 앞으로 7.55% 이상의 지분을 추가하면 완커의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게된다.
창업주 왕스는 지난주 자신의 SNS에 "다음주 월요일에 보자"라는 의미 심장한 메세지를 남겼다. 증자를 염두해 둔 대(對) 바오넝계에 대한 사전 선전포고인 셈이다.
왕스의 편에 선 주주 3개 법인의 지분을 고려하면, 완커는 이번에 14억 8700만주만 발행해도 3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증자에 필요한 자금은 현재 확보한 금액보다 적은 244억 2600만 위안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완커 경영권 쟁탈전 격화...안방보험 참여가 중대 변수로 떠올라
바오넝계 자금단의 완커 공략과 완커의 방어전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바오넝계가 완커에 처음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A주 주가가 급락하던 7월 초부터다. 당시 첸하이생명보험이 79억 4500만 위안을 투자해 완커의 지분 5%를 매입했다.
7월 말에는 선전 소재 기업 쥐성화가 바오넝계 자금단에 합류 완커의 지분 5%를 추가로 확보했고, 한달 뒤인 8월 말 바오넝그룹이 완커의 지분 5.04%를 또 매입, 총 지분이 15.04%로 기존의 대주주인 화룬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다. 그동안 완커 지분 매입을 조용하게 진행했던 바오넝계는 이때부터 시장에 완커 '공략'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화룬이 9월 1일 지분을 15.23% 늘리면서 다시 최대 주주 자리를 되찾았지만, 바오넝게 자금단이 11월 말 난팡(南方)자산관리를 통해 완커의 주식을 또 다시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다시 바오넝계로 넘어갔다.
12월 7일 중국 국내외의 또 다른 거대 보험자본인 안방보험이 완커 지분 5%를 매입하면서 완커를 둘러싼 지분 확보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안방보험이 현재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완커와 바오넝계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지분 쟁탈전의 양상이 뒤바뀔 수 있다. 시장은 안방보험이 결국 바오넝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 바오넝계, 완커 영향력 발판삼아 부동산 신흥 강자 부상 노려
완커의 최대 주주 쟁탈전을 바라보는 시장은 ▲ 바오넝계가 완커를 노리는 목적은 무엇인가? ▲ 완커가 바오넝계의 수중에 넘어가면 완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 인가? ▲ 창업주 왕스가 완커 수성에 실패하면 화룬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 고공행진 중인 완커의 주가는 위험하지 않은가 등 완커의 앞날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은 바오넝계가 완커를 장악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오넝계 자본 3인방(바오넝부동산, 첸하이생보, 취성화)은 최근 몇 년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과시하며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2014년에도 선전의 또 다른 부동산 기업 선전예(深振業)와 톈젠그룹(天健集團) 공략에 나섰지만, 두 기업의 최대 주주인 선전시 국유자산관리위원회의 방어에 부딪혀 실패했다.
이 당시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오넝계가 완커 공략에 치밀한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선 시기적으로 바오넝의 완커 공략 시점은 매우 적절했단 평가를 받는다.
현재 완커를 창업한 왕스는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고, 위량(郁亮) 대표가 완커를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위량의 시장 인지도와 영향력은 왕스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대 주주였던 화룬그룹은 국유기업 개혁을 앞두고 완커에 심도있게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오넝은 완커의 최대 주주였던 화룬의 반격에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바오넝계 자금단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화차오청(화교성 華僑城)그룹의 혼합소유제 개혁에 참여했는데, 이는 화차오청과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화룬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바오넝이 완커를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완커의 규모, 영향력, 브랜드 가치 등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커의 지분 구조가 산만해 적대적 인수합병이 쉽다는 약점도 바오넝의 급진적 공략 행위를 가능케 했다.
바오넝이 완커를 장악하면 완커그룹은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기존의 최대 주주였던 화룬기업은 재무적 투자자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오넝은 경영권을 확보한 후 완커의 주요 임원을 전부 교체하고, 기존의 부동산 자산과 완커를 합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산주입과 합병 후 완커 자산증권화를 추진해 완커 인수를 도왔던 첸하이생보에 투입 자본을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下편으로 이어짐>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