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우려, 중동 지정학적 긴장 등 '리스크오프' 전개
[뉴스핌=김성수 권지언 이홍규 기자] 중국 증시가 7% 폭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저조한 중국 제조업 지표와 중동 지정학적 우려, 위안화 약세, 중국 정부의 지분동결 조치 해제가 연달아 투심을 짓눌렀다. 중국 증시는 오후 장중 7% 넘게 폭락해 거래 정지됐고, 일본·한국·홍콩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2~3% 급락했다.
한국과 대만 증시는 제조업지수가 확장세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프록시효과'로 동반 하락했다. 또한 아시아 신흥시장이 장기평균에 비해 전반적으로 저평가됐으나 최근 수년새 비금융기업의 대외부채가 급증하면서 '밸류트랩' 우려도 제기됐다.
◆ 새해 첫날 연속 서킷브레이커 '거래중단'된 중국 증시
4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42.52포인트, 6.86% 급락한 3296.26포인트를 나타냈다. 선전성분지수는 1033.95포인트, 8.20% 폭락한 1만1626.04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는 261.94포인트, 7.02% 내린 3469.07포인트에 마쳤다.
4일 상하이지수 추이 <사진=텅쉰재경> |
중국 증권감독당국은 2016년 1월1일부로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선전증권거래소(SZSE) 그리고 중국금융선물거래소(CFFEX)의 지수 서킷브레이커 제도와 관련, 주요지수가 장중 어떤 시점에든 5% 급등락 한도에 도달할 경우 15분간 거래를 일시중단하고, 이어 거래 재개 후 7%까지 추가로 하락할 경우 그날 거래는 완전히 중단하도록 했다.
이날 오후 2시13분에 CSI300 지수가 5% 넘게 떨어지면서 15분간 주식과 옵션, 지수선물 거래를 중단됐지만 증시 폭락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서킷브레이커가 풀린 후에도 CSI300지수는 7% 넘게 하락했고, 결국 중국 증시 거래는 마감 때까지 완전히 중단됐다.
이날 오전에는 차이신 제조업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중국 제조업 경기 하강 우려를 더 심화시켰다.
◆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 '재점화'.. 위안화 평가절하 부담
중국 차이신과 시장조사기관 마킷이 공동 집계한 중국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최종 확인됐다. 시장 예상치인 49.0과 11월 수치 48.6을 모두 하회한 수치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일 발표한 12월 제조업 PMI는 49.7로 집계됐다. 이는 예상치인 49.8에도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 제조업 지표는 지난해 8월 후 5개월째 기준선 50을 밑돌아, 지난 2009년 이후 최장 기간의 경기위축세를 지속하고 있다.
패리인터내셔널트레이딩의 개빈 페리 총괄 이사는 이와 관련, "시장은 여전히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날 증시의 대규모 매도세도 이와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게리 알폰소 선완홍위안 증권 담당이사는 "주요 제조업 지표들이 위축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 증시에 분명한 타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증권당국이 지난해 7월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대주주의 지분 동결(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8일부터 풀리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일부에선 연초에 그간 밀린 매도세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다 중국 증시가 올해부터 기업공개(IPO)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는 것도 물량부담 우려를 가중시켰다.
위안화 값이 4년 반 만에 최저치로 밀린 것도 자본 이탈 우려를 부추겨 중국 증시를 짓눌렀다고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앞선 거래일보다 0.15% 높은 6.5032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위안 고시환율이 6.5위안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1년 5월24일(6.5038위안) 후 처음이다. 고시환율 발표 후 역외환율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오후 4시 18분 현재 전장대비 0.68% 오른 6.6138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원화 가치가 떨어진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180.1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지정학적 불안감에다 '밸류트랩' 우려도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커진 점도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사우디 내 소수 시아파 지도자 님르 알 님르를 포함한 47명을 테러 혐의로 집단 처형했다고 밝혔고, 3일에는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으로 유가 불확실성 뿐 아니라 중국 증시 우려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페리 이사는 "중국은 이란 석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상태"라며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것은 (중국 증시) 전망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시장의 밸류트랩 우려도 제기된다.
UBS의 니얄 맥리오드 전략가는 "MSCI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주가지수는 장부가격 대비 1.3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장기 평균 1.9배에 비해 저렴하지만, 아시아 비금융기업의 부채가 1991년에 GDP의 75% 수준에서 2015년 현재 160%까지 급등하는 신용주기가 전개된 이후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면에서의 리레이팅(re-reting, 재평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아시아 기업의 수익성장률 컨센서스는 약 7%로 예상되는데, 기대치를 넘어서기 보다는 실망감을 안겨주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증시 폭락에 다른 주요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2.68% 하락한 8114.26포인트에 마감했다. 호주 S&P/ASX200 지수도 0.48% 하락한 5270.477에 마쳤다.
이날 한국과 대만의 제조업지수는 경기확장세로 진입을 시사했지만, 이들 증시는 '중국 프록시' 효과로 인해 약세를 면치못했다.
일본과 홍콩 증시도 2~3% 넘게 낙폭을 확대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4시 16분 현재 593.28포인트, 2.71% 내린 2만1321.12포인트에 거래 중이다. 중국 본토 대형종목으로 구성된 H지수는 376.69포인트, 3.9% 떨어진 9284.34포인트를 지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82.73엔, 3.06% 급락한 1만8450.98엔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 지수는 37.63엔, 2.43% 떨어진 1509.67엔에 마감했다.
◆ 안전도피.. 엔화 금 시세 급등
2016년1월14일 도쿄외환시장 달러/엔 환율 동향 <자료=닛케이닷컴> |
한편, 안전자산 엔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화는 달러대비 급등하고 있다. 달러/엔은 같은 시각 뉴욕장 대비 0.93% 하락한 119.18엔에 거래되는 등 10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이날 8.10달러, 0.8% 상승한 온스당 1068.30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종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반등하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 4일 오후 4시28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65%오른 배럴당 37.65달러를 기록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권지언 이홍규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