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은 평균 10% 안팎 올라...일부 주점 병당 5000원 받기도
[뉴스핌=박예슬 기자] #. 30대의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자주 찾는 주점에 들렀다. 근처보다 술값이 저렴해 ‘단골’이었던 이 곳에서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소주 1병에 3000원이던 가격이 하룻밤 사이 4000원으로 1000원이나 오른 것.
A씨가 주점 주인에게 따져묻자, 주인은 “근처 다른 가게도 다 가격을 올렸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인근 주점을 살펴 보니 모두 소주 한 병당 4000원 이상씩 가격이 올라 있었다. 일부 주점에서는 병당 5000원을 받기도 했다.
국내 소주업체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일제히 출고가를 올리면서 일반 소매점의 소주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하이트진로를 필두로 무학, 대선주조 등 지역 소주부터 새해벽두 롯데주류까지 소주업체들의 인상정책이 이어졌다. 소주 출고가는 이제 '1000원 시대'가 됐다.
소주업체의 출고가 인상은 소매점들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오며 서민 물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 출고가격을 병당 961.70원에서 1015.70원으로 인상했다. 뒤를 이어 롯데주류도 ‘처음처럼’ 병당 출고가를 946원에서 1006.5원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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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예슬 기자> |
지역 주조업체들도 인상 반열에 동참했다. 영남권 주류업체인 무학은 지난 12월 ‘좋은데이’와 ‘화이트’ 출고가를 각각 950원에서 1006.9원과 970원에서 1028.1원으로 올렸다. 금복주 ‘맛있는참’도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맥키스컴퍼니는 ‘오투린’을 963원에서 1016원으로, 한라산소주의 ‘한라산’은 1080원에서 1114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이같은 소주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주류를 구입하는 마트나 편의점, 주점 등의 체감 인상폭은 훨씬 커졌다. 일반적으로 5~6% 정도인 출고가 인상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이 주류를 구입하는 각 마트에서는 병당 1100원대 소주값이 형성돼 있다.
단적으로 이마트는 참이슬을 기존 병당 1070원에서 1130원으로 인상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제품을 1080원에서 1130원으로 올렸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2월부로 참이슬 1병당 1030원에서 1130원으로, 금복주와 좋은데이는 모두 1020원에서 1120원으로 올렸다.
편의점의 경우에는 인상폭이 좀 더 크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은 일괄적으로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등 소주 제품을 기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다. 단, 인상 일자는 편의점별로 약간씩 다르다.
가장 ‘들쭉날쭉’한 곳은 일반 음식점이나 주점이다. 지역‧매장에 따라 평균 3000~4000원대가 일반적이다. 일부 번화가의 경우 소주 한 병당 5000원을 받는 곳도 생겨났다. 일반 업소의 가격 책정은 실제로 업주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상한선은 없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받는 업소가 있다 해도 특별히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주 가격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른 업소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받는 업소가 있다면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이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