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이번달에도 마감일 내에 제출했죠"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에도 한국투자증권 임원이라면 열외없이 엄수해야 하는 마감일이 있다. 바로 매달 책 한권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것.
기준도 철저하다. 굴림체 12포인트, A4용지 1매 내외. 단순 책 내용 요약이 아닌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갖고 회사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 작성해야 한다. 마감은 매월 1일. 동원증권 시절부터 한번도 거른 적 없는 이 '과제'는 어느새 한투만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정착되기까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운전기사에게 대필을 시키거나 각종 사이트에서 '긁어' 제출하는 등 예상 가능한 가지각색 꼼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두세차례 김남구 부회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이후 임원들의 태도도 사뭇 진지해졌다. 임원들 역시 처음에는 느껴지 못했던 독후감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히 삶 속에 스며드는 것을 실감 중이다.
한 데 모아진 독후감은 최종적으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집무실로 전달된다. 사회, 경제, 정치는 물론 각종 시사 상식까지.
김 부회장의 독서 사랑은 유명하다. 부친인 김재철 회장은 두 아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매주 한권 이상의 책을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했다고 한다. 그것이 김 부회장 삶의 중요한 습관 중 하나로 굳어졌고 한투 임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A 임원은 "매달 한권씩 한번도 거르지 않고 독후감을 써내다보니 어느새 100권도 훌쩍 넘겼다"며 "워낙 책과 친하지 않은 성향이라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10년 넘게 반복하다보니 이젠 습관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B 임원은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습관이 좋다는 것을 느끼면서 최근에는 부서원들에게도 같은 과제를 주곤 한다"면서 "오래하다보니 부회장님이 왜 이런 '부담'을 주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고 전했다.
그는 "(김 부회장이) 모든 독후감을 세세하게 읽지는 못하시더라도 대부분 체크하는 것으로 안다"며 "부회장님은 매달 간접 독서를 통해 소소한 경영전략의 팁을 얻을 수 있을테고, 임원들 역시 스스로 내공을 쌓을 수 있어 유익하다. 이제는 한투만의 오랜 문화이자 전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