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배우 임시완(28)은 똑똑하다. 언제나 영리하게 캐릭터를 파악해서 완벽하게 표현한다. 덕분에 그는 ‘연기돌’ 중에 가장 많은 흥행작의 주인공이 됐다.
마주한 현실 임시완도 그랬다. 똑똑하고 영리했다. 질문을 대하는 어조에는 꾸밈이 없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해졌다. 반면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잘 짜인 시나리오 같았다. 답하기 난감한 질문은 짧고 굵게, 혹은 당당한 반문으로 받아쳤다. 줄곧 공격적인(본인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라고 하겠지만)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꼬투리 잡지 못하도록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봐온 임시완과는 제법 간극이 있었다.
물론 신작 ‘오빠 생각’ 속 임시완은 인터뷰 차 만났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오빠 생각’은 모든 것을 잃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만은 지키고 싶은 한 군인이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부르는 아름다운 기적을 그린 휴먼 영화. 극중 임시완은 한상렬 역을 맡아 뜨겁고도 따뜻한 ‘진짜’ 남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울컥하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상됐어요. 그리고 그 잔상이 몇 주 동안 남아서 선택했죠.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그건 전에도 그랬고요. 또 전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받은 거니까요. 근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영화도 있나요? 그렇다면 그 영화의 목적성은 심심풀이 땅콩인가요? 적어도 제가 아는 영화 중에 메시지 없는 작품은 없는 듯해요.”
임시완이 연기한 한상렬은 전쟁 한복판, 총 대신 지휘봉을 든 군인이다. 전쟁에서 가족과 동료를 잃은 후 소중한 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을 닫은 캐릭터. 하지만 우연히 만난 아이들을 보며 합창단을 꾸리기 시작한다. 임시완은 그런 한상렬을 ‘어른’이라고 정의했다.
“아무리 나를 해하고 증오심을 불러일으켜도 끌어안을 수 있는 성품의 사람이기 때문이죠. 물론 융통성이 없는 부분도 있죠. 꾹꾹 누르는 캐릭터니까 답답함도 많았죠. 하지만 답답함을 느낀다는 거 자체가 진정한 어른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어른 정서를 갖지 못했다는 반증인 거죠.”
자신이 한상렬과 정서가 같았든, 그렇지 않았든 임시완은 완벽하게 한상렬 캐릭터를 그려냈다. 못하는데 잘하는 척하는 게 질색이라 피아노도 배우고 액션신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특정 직업을 놓고 고민하진 않았다. 그저 상황과 그 상황에 놓여있는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냥 진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진짜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아직도 좋은 연기가 가짜를 진짜로 표현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같은 가짜를 표현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냥 제가 보기에 좋은 연기는 봤을 때 진짜 같은 거죠.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고 항상 어떤 캐릭터를 표현할 때 진짜 같다는 점에 포커스를 두고 내면 연기에 집중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임시완은 배우이기 전에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다. 그룹 활동이 뜸해져 그가 정말 배우인 줄 아는 대중도 있겠지만, 엄연히 시작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일이었다. 이 말인즉슨, 연기하는 임시완이 아닌 제국의 아이들 보컬 임시완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노래와 연기 모두 좋아요. 둘 중에서는 노래를 더 못하고요. 그렇다고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반면 춤은 애초부터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죠(웃음). 근데 노래는 다시 하고 싶어요. 그래서 ‘미생’ 이후로 자작곡도 쓰고 있죠. 작품을 끝낼 때마다 그때 감정을 하나로 응축해서 노래로 소장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좋아하는 일 두 가지를 모두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훌륭한 연기돌 사이에서 계속 끊이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는 거 자체도 다행이고요.”
그는 연기돌 사이에서 계속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사실 임시완은 연기돌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당장 이번 주부터 영화 ‘원라인’ 촬영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임시완 입장에선 너무나 고된 스케줄. 이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묻는 말에 그는 “빡세게 일하고 마시는 술맛이 좋다”고 답했다. 평소 간단하게 마시는 맥주와 위스키 한 잔이 피로를 풀어준다고 했다. 대중이 생각하는 임시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답변이었다.
“‘해를 품는 달’을 시작으로 착하고 진중한 이미지가 생긴 듯해요. 그리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해 주시는 거겠죠. 하지만 사실 전 생각보다 마냥 착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저를 좋아해 주는 누군가는 절 무결점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부담스럽죠. 하지만 굳이 그 환상을 깰 필요도 없으니까 가만히 있는데 사실 전 그런 사람에 가깝지 않아요. 아마 어떤 상상을 하시건 그 이하일 거예요.”
인터뷰가 끝나기 전에 꼭 물어보고 싶었던,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할 두 가지 질문도 던졌다. MBC 드라마 ‘해를 품는 달’, 영화 ‘변호인’, 그리고 tvN 드라마 ‘미생’까지, 출연작의 흥행 행진이 부담되지 않는지, 또 그 수많은 흥행작 속에 대체 왜 멜로 연기는 없었는지.
“흥행 부담은 없어요. 의외로 그런 수치적인 부분에서 빨리 해소됐죠. 소위 대박이라는 드라마와 영화를 접해봤기 때문에 그걸 경험해봤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흥행을 크게 신경 쓰지 않죠. 반면 멜로는 저도 하고 싶어요. 제가 일부러 멜로물을 선택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멜로물이 절 선택하지 않는 거지. 전 간절히 원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은 역시나 2016년 새해 계획. 마지막 이십 대를 앞뒀으니 나름 특별한 계획이 있을 거라 여겼다. 더욱이 그 속에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입대 계획과 핑크빛 소망이 포함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어차피 안 지켜질 거 같아서 안 세웠어요. 아홉수라는 말을 어제 처음 들었는데 거기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그냥 숫자일 뿐이니까요. 또 우리나라는 만의 나이가 있잖아요. 군대야 뭐, 갈 때 되면 가야죠. 부담되지 않아요. 제대 후에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요. 연애요? 지금 떡밥 던지시는 거예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