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3년 새 지원자 절반↓
[뉴스핌=이광수 기자] #서울에 사는 취업준비생 K씨(26)는 지난해 증권유관기관 한 곳의 필기시험 전형에 가지 않았다. 힘들게 통과한 서류전형이지만 합격한다 해도 지방에서 근무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 K씨는 “서울과 지방을 나눠서 채용하는 게 아니여서 망설이다 시험을 포기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옮긴 증권 유관기관 문을 두드리는 횟수가 줄고 있다. 서울에서 시험을 보고 입사를 해도 입사 후 근무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면 근무지가 서울로 한정된 곳은 경쟁률이 늘고 있다.
금융 유관기관(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의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평균 경쟁률은 100:1을 웃돈다. 취준생들은 이들 유관기관은 좋은 직장의 요건인 ‘안정성’과 ‘복리후생’ 두 마리 토끼를 다 갖춰 선망 받는 직장이라고 설명한다.
증권 유관기관에 따르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에 대한 입사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2013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12명 채용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지원한 이들은 4746명. 396: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산으로 본사 이전이 확실시 되면서 지원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14년 공채에선 14명 모집에 2853명이 지원해 203: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5년엔 25명으로 채용인원을 늘렸지만 1997명이 지원해 80:1을 기록, 경쟁률 감소추세가 심화됐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본사가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 경쟁률 감소에 어느정도 영향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 발령 나면 2~3년 정도는 이동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근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지원을 꺼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증권금융은 지원자가 늘었다. 2013년 1072명 지원에 67:1이던 경쟁률은 2014년에는 지원자가 2152명으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경쟁률도 120:1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공채에도 1534명이 지원해 102:1로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다.
코스콤 역시 지원자수가 꾸준하다. 오히려 채용규모가 늘어 2013년 76:1이던 경쟁률이 2014년 165대 1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작년 공개채용 경쟁률도 169:1로 상승세다.
한편 지난 2005년 부산 본사시대를 열었던 한국거래소 역시 초창기에는 부산 발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산 본사에 있는 파생상품시장본부를 선호해 자원해 갈 정도로 인식이 변했다는 것이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지방 이전을 경험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우리 역시 처음에는 신입 지원이 줄 것이란 우려도 했는데 워낙 직장 안정성이 선호되는 시대다 보니 내부에서 체감할 정도로 (감소세가)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취준생 H씨(28)는 “지방 근무지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고는 들었다”면서도 “요즘같이 취업자체가 힘든 시기에 가려 지원하는 현상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