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아파트 보다 기존 주택과 미분양 주택 영향 커
[뉴스핌=최주은 기자]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이모씨. 이 씨가 가진 자금은 전세 보증금인 2억원. 이 돈으로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는 불가능한 만큼 안양, 부천, 성남과 같은 경기도 도시에서 집을 산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씨의 내집마련 전략은 크게 바뀌어야할 판국에 놓였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방식을 원금 일시상환 방식을 사실상 없애고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바꾸려고 해서다. 이 씨는 경기도에서 집을 사려면 약 1억2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돈을 2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빌린다면 매월 80만~100만원씩을 은퇴할 때까지, 사실상 평생 갚아야하는 것. 이 씨는 새로 산 집에 10년 정도 살 생각을 하고 10년후 원금 일시상환 대출 상품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제도 변경에 따라 이씨는 내집마련 전략을 바꿔야할 처지다. 이 씨는 평생 빚에 묶여 사느니 차라리 집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는 2월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앞두고 서울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주택 거래가 줄고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주택 구매심리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주택보다 기존 주택 거래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금융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될 주택담보대출 방식 변경을 앞두고 주택 구매심리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자만 내다 원금을 일시에 갚는 방식에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변경한다. 일시 상환을 선호하는 투자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래 수요 중심으로 대출을 해줘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원리금 분할상환대출 원칙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을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담보 가치보다 대출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한다.
이같은 정부 방침이 가시화되자 주택시장이 뚜렷하게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줄고 아파트 매맷값이 많게는 1억원 이상 떨어지고 있는 것.
강남 대치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주택대출 강화 발표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주택 매매가 줄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매수자가 없어 초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는 등 매수자들이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출 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주택시장 악재를 앞두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1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월에 비해 42% 가량 줄었다. 지난해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6824가구에서 올해 1월(25일 기준)에는 3959가구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가시화된 지난 10월에 비해서는 66% 가량 줄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564가구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면서 강남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9㎡는 2개월만에 1억2000만원 떨어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4㎡는 3개월 전 대비 8500만원 내렸다.
양용화 외환은행 PB영업본부 팀장은 “주택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담보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기존 주택 거래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며 “이는 수요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주택 매매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규 주택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심사 강화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분양 절벽'을 우려하던 건설업계는 한 시름 놓은 상황이다.
김봉준 신영 분양소장은 “집단 대출을 하는 신규 분양을 제외한 기존 주택과 미분양 아파트의 거래 위축이 예상된다”며 “기존 이자만 상환하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이자와 원금을 함께 상환하게 돼 입주자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