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 "아무리 떨어져도 50%가 떨어지겠어요? 그런 상황은 거의 없죠?" 작년 초 한 증권사 영업지점에서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던 A씨는 가입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렇죠. 지수가 그렇게 떨어지는거 보셨습니까?" 직원도 A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퇴직금의 절반을 투자한 A씨는 요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전전긍긍한다.
홍콩H지수(HSCEI)를 기초로 한 ELS 대규모 녹인(Knock In)이후 증권가가 '불완전 판매' 논란이 진행 중이다. 불완전 판매 책임 소재는 '설명 의무'가 핵심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47조에선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만약 ELS를 판매할때 구조에 대해 설명하지 않거나 손실 가능성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 불완전판매에 해당된다.
과거 동양증권 기업어음(CP)사태로 한 차례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증권가는 현 상황을 사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해이해졌던 규정을 다시 엄격하게 조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ELS 물량이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지금 시점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정될 확률은 낮지만 사전 예방 차원이다. 컴플라이언스란 불공정매매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통제를 뜻한다.
우선 판매절차가 더 까다로워진다. 한국투자증권은 '해피콜'제도를 강화했다. 해피콜은 영업점에서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본사에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설명을 들었는지, 상품 설명서를 받았는지만 확인했다면 최근에는 ELS 상품 구조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지, 손실 구간은 어느정도로 알고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투자자가 잘 모르면 영업점 직원이 다시 상품 설명을 하게 한다. 최종적으로 설명이 미비한 것으로 판단되면 판매 수수료를 영업점 수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HMC투자증권역시 올 상반기 안에 판매절차를 더욱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고령자 투자 규정도 강화된다. 금융감독원에서 지정한 고령자 기준은 만 70세다. 만70세 이상의 고령자는 가족이 함께 동행해야 ELS나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당국의 규정 이외에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만 80세 이상의 투자자는 당일 청약을 금지했다. 하루 동안 숙려기간을 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는 투자경험이 없는 고령층은 ELS상품에 가입할 수 없게 했다. 금액도 제한을 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의 경우 투자금이 자신의 금융자산의 일부라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투자금이 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가입을 시키지 않거나 투자금액을 낮추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헤지도 종가에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장중에 나눠서 분산해서 팔도록 했다. 종가에 팔되 전체 헤지 물량의 10%이상 팔지 못하도록 한 곳도 있다. 한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우리로 인해 주가가 내려가면 투자자들은 증권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ELS 기초자산을 다양화해서 쏠림현상을 방지하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며 "지수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팔때 제대로 팔고,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