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악화돼 통화정책 필요"
[뉴스핌=허정인 기자] "금리인하의 효과가 불확실하다."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후 곧이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말을 쏟아냈다. 말 그대로만 들으면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매파'의 모습이다.
하지만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3월 또는 4월에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있다.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금융통화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FOMC가 3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금리인하 효과 불확실하다" vs. "통화정책 효과 부정할 수 없다"
이 총재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을 예로 들며 "금리인하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뚜렷한 성장경로가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경기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주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다만 "통화정책 효과가 한계가 있을 뿐 통화정책 기대효과를 부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발언에 비해 비둘기파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채권시장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로 되지 이뤄지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이전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후 금리인하가 단행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 이런 경험을 비춰볼 때 3월, 아니면 적어도 4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외자유출이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 등으로 인하를 못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3월 중순 FOMC가 있으니 이 결과를 보고 4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성장전망도 하향 조정했고 총재가 하방리스크와 금리인하의 효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제는 금리인하 가능성 보다는 금리 인하 시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9조 금융중개지원대책, 금리인하에 부정적?
다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세일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존 3월 금리인하 뷰는 유지하지만 3월 인하에 회의적인 요소도 있었다"며 금융중개지원대책을 언급했다. 금통위는 이날 금융중개지원을 위해 9조원을 풀겠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양적완화의 한 종류인 미시책을 한다는 것이, 추후 정부의 미니부양책과 더불어 3월 금리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도 "구조개혁 효과가 나타날 때까진 지금의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작년 메르스 사태처럼 심각한 충격이 예상될 때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내릴 만큼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오르고, 외인의 원화채권 매도도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기준금리 1회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기 때문에 내려갈 폭은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