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위비뱅크에서 시범 도입, KEB하나銀 문턱 낮춘 PB서비스
[뉴스핌=김지유 기자] #A씨는 '알파고'처럼 금융자산도 인공지능 로봇이 투자해주면 수익을 더 많이 올릴 것같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감안, 투자상품과 투자비율을 결정해주길 바란다.
#B씨는 예·적금부터 펀드까지 아우르는 VIP 전용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고 싶다. 하지만 여윳돈이 3000만원에 불과해 PB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로봇으로 자산관리를 하면 저렴한 수수료를 받고 PB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층을 넓히고 저성장·저금리 기류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올리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은행 마케팅에서 중요해진 이유다.
◆신한銀, 대세는 알파고…예·적금부터 파생상품까지
신한은행은 A씨와 같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최근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다음 달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탑재한 펀드추천 서비스 베타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대부분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자산배분을 하는데 반해 DNA는 예·적금은 물론 펀드·파생상품 등까지 가능하다"며 "고객에게 혁신적 가치와 신뢰를 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銀, 창구 떠나 온라인자문으로 활용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신생 벤처업체)인 파운트와 제휴를 맺고 베타버전을 인터넷·모바일뱅킹 및 위비뱅크(모바일전문은행)를 통해 제공한다.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 없어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하다.
베타버전에서는 투자목적에 따라 일반투자는 물론 개인종합자산관리(ISA) 및 퇴직 관련 투자 등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이달 말 은퇴설계 서비스를 추가해 하반기 은퇴 전 자금준비와 은퇴 후 생활자금설계를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모델로 정식버전을 오픈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단 로보어드바이저가 어떤 형태인지 맛보라는 체험기 정도로 제공하려고 한다"며 "정식버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 이후 상품가입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銀 "사이버 피비로 VIP 서비스 누리세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기존 VIP 고객에게만 제공되던 PB서비스를 대중화시키는 전략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B씨와 같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보유한 고객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를 받게끔 했다. 특히 인터넷뱅킹에 익숙한 젊은층이 대상이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자산관리에 강하다. 노하우를 살려 유일하게 '사이버 피비(Cyber PB)'를 자체 개발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 및 펀드 등 전체상품들을 대상으로 고객의 투자성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후 모델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영업점 창구에서 단말기 및 태블릿을 통해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시간은 10~15분 소요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이버 피비는 자산을 진단하고 투자성향도 다시 한 번 점검해 입체적인 분석을 한다"며 "영국 등 해외에 직접 다녀온 뒤 시스템에 녹이고자 했고 준비기간도 1년 정도로 조금 길게 소요해 차별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민銀, 신탁형 상품 형태의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가 일종의 상품 형태로 출시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의 '쿼터백 R-1'은 기존 PB직원들을 대신한다기보다 이들이 추천할 법한 자문형 신탁상품이다. 가입한도 2000만원으로 영업점 창구를 방문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운용 포트폴리오는 국내 상장 ETF 및 상장지수채권(ETN) 등 약 300개중 8~12개 정도를 엄선해서 구성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초기 단계인만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보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내기 쉽기 때문에 은행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은행들이 많지 않아서 시장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은행들이 도입했을 때에도 수익률이 잘 나올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