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사 출혈경쟁으로 초저가 운임 지속…선복량 감축에도 운임 약세
[뉴스핌=조인영 기자] 해운 시황이 좀처럼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형 선사들의 운임 덤핑으로 반등 여력을 상실한 탓이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해발 유럽행 운임은 전주 대비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1개)당 6달러 떨어진 2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해 6월 19일(205달러) 운임과 동일하다.
유럽 항로 운항중인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한진해운> |
상해발 유럽항로는 올해 초부터 10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미주노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해발 북미행은 미서안이 전주 대비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1개)당 49달러(-6.0%) 하락한 761달러, 미동안이 51달러 내린 1659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는 통상 해운사들의 비수기지만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황 회복을 위해 해운사들은 선박을 묶어두고 운항하지 않거나 해체량을 늘려 선복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초 계선(선박을 묶어두고 운항하지 않는 것)량은 127만TEU로, 전체 선복량의 7.8%를 나타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치다. 해체량도 빠르게 늘면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5000만DWT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외 선사들은 또 내달부터 GRI(공동 운임 인상)를 단행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4월 1일부터 아시아~미주 노선에 FEU당 600달러를 올린다. 아시아~유럽 노선도 인상을 검토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운임은 앞으로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머스크(Maersk) 등 대형 선사들이 수요 부진을 이유로 공격적인 운임 덤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시장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현재 200달러 초반선인 중국~유럽 운임은 절반도 안돼는 1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해운사인 머스크(Maersk)를 비롯한 상위선사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 운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차드 워드(Richard Ward) FIS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의 공격적인 운임 덤핑이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을 퇴출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출혈경쟁에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운임 할인에 독자 노선을 취하기 보다는 비슷한 가격으로 영업을 지속해나가는 방안을 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치킨경쟁으로 4월 예정된 운임 인상이 무색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별다른 제재 없이 운임전쟁을 관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