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총서 사내이사 재선임…롯데 내 위상 건제
[뉴스핌=강필성 기자] 지난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한 것. 이들이 공식석상에서 함께 자리한 것은 지난해 말 롯데월드타워 상량식 이후 약 3개월만이다.
무엇보다 이 자리는 상량식의 소규모 행사와는 달랐다. 롯데그룹 35개 계열사 임직원과 그 가족 등 총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 전 사전 공연을 관람한 것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신 회장과 신 이사장의 불화설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롯데그룹> |
25일 롯데그룹 안팎에 따르면 세간의 갈등설과 달리 신 회장과 신 이사장의 관계는 돈독하다.
실제로 경영적 측면에서도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 직함을 올해도 그대로 유지 중이다.
그는 이날 열린 롯데제과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롯데쇼핑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는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상황과는 정 반대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롯데건설의 사내이사에서 해임됐고 이어 9월에는 호텔롯데과 부산호텔롯데의 사내이사에서 해임된 바 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역시 롯데제과 사내이사 물러났고 조만간 개최될 호텔롯데 주총에서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선임 안을 올리지 않아 사실상 은퇴가 예정돼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대외적으로 “고령으로 인해서 정상적 사내이사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신 전 부회장이 판단력이 흐려진 부친을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신 이사장이 기존 직함을 유지하는 것은 신 전 부회장의 편에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실 신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는 해석이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부친과 함께 일본으로 가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해임을 시도한 바 있다.
여기에 신 이사장이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구체적인 태도를 보인적은 없다는 점도 다양한 추측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의 침묵을 ‘반기’로 해석했다. 신 회장과 다른 남매가 모두 적대관계가 됐다는 것이 정론처럼 받아드려졌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뒤바뀐 것은 최근 신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이 제기에 동의하면서다. 성년후견인제는 노령, 질병 등 정신적 제약으로 판단능력이 부족해질 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대리권을 행사하게 하는 제도다. 성년 후견인 지정이 받아드려지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명분 상단 부분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이사장은 처음부터 신 회장의 강력한 우군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7월 신 이사장이 일본행에 동행한 것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보필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