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km 마다 충전…충전요금 유료화로 수익 감소 우려
[제주=뉴스핌 송주오 기자] "전기 택시에 대해 정보가 많았다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1년6개월째 전기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전기택시 운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영업용 차량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제주도에서 르노삼성차 SM3 Z.E.를 전기 택시로 운영하고 있는 A씨를 만났다. 현재 제주도에는 6대의 전기택시가 운영 중에 있다. A씨는 그 중 한 대를 1년6개월째 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전기 택시 구매를 만족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후회하고 있다"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의 불만에 주된 요인은 배터리였다. A씨가 운영하고 있는 SM3 Z.E.는 22kWh의 배터리를 장착, 완충시 135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SM3 Z.E. 전기택시.<사진=뉴스핌DB> |
전기치 확산의 핵심 사항으로 꼽히는 배터리 용량 문제가 실제 운전자들에게도 주행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교통 흐름상 자가 발전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많다"며 "보통 50km 주행 후 충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을 했어도 장거리 고객을 태우면 배터리가 버텨줄 지 안심할 수 없어 식은땀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행 불안감은 배터리 방전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전기택시를 운영하는 기사 중 방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견인차를 부르면 그만큼 비용도 들고 영업도 못해 이래저래 손해"라고 강조했다.
평균 30분 이상 걸리는 충전시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A씨는 "한 번 충전을 시작하면 30분은 족히 잡아먹는다"며 "만일 누군가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까지 고려하면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전요금이 유료화로 전환돼 수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1일부터 급속충전기의 충전요금을 1kWh당 313원을 받기로 했다.
A씨는 "충전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주하다보니 그만큼 손님을 못 받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충전요금이 무료여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유료화로 전환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15도 이하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 품질에 대해서 불만을 쏟아냈다. 영상 15도를 기준으로 그 이하일 경우 배터리 충전 속도가 30% 가량 떨어지고 주행거리도 짧아진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A씨의 최근 관심사는 테슬라의 모델3다. 모델3는 한 번 충전으로 350km 가량 주행할 수 있다. 쏘울EV와 비교해 두 배 가량 더 달릴 수 있다.
A씨는 "테슬라 모델3가 가격도 경쟁 모델과 비슷하고 더 많이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델3 정도는 돼야 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충전 스팟 마다 충전기가 1대 설치돼 있어 다른 차량 이용시 기다려야 한다.<사진=송주오 기자> |
비싼 부품가격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반 차량 대비 전기차의 부품 가격은 2~3배 가량 비싸다. 이 기사는 "전기 택시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면서 "당시 견적이 1800만원 나왔는데 같은 차량의 가솔린 모델이었다면 최대 800만원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차량 자체의 성능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전기 택기의 경우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면서 "특히 초기 가속도에서 일반 차량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자평했다.
또한 소모품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높이 샀다. A씨는 "1년6개월째 전기 택시를 운영하면서 지금껏 소모품 비용으로 들어간 건 타이어 교체뿐이었다"면서 "엔진이 없어 오일 교환을 할 필요 없어 그런 점에서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말 전기 택시 의무사용기간이 끝난다. 이에 따라 전기 택시를 계속 운영할지 내연기관으로 돌아갈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주행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충전요금도 유료화돼 운영할 메리트가 거의 사라졌다"면서 "연말 의무사용기간 종료에 맞춰 LPG 차량으로 다시 돌아갈지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전기택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배터리 용량을 2~3년 내에 늘릴 계획이다. 급격히 용량을 늘리면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지난달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참석해 "현재 주행거리도 큰 불편은 없는데 억지로 주행거리를 늘리다가 가격만 올리게 될 수 있다"며 "현재 주행거리를 유지하면서 보급을 늘리면서 주행거리 연장 비용이 내려가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