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고객 가치투자" vs "균형이 최대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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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백현지 기자] 한국금융지주에는 운용사가 두 개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이다. 한국투신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로서 성장주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고, 밸류운용은 가치투자 특화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두 운용사는 지난 1996년 동원투신운용 창립멤버로 시작해 고락을 함께해온 64년생 동갑내기 대표 펀드매니저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이영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 "10년 투자 고객을 찾습니다"
이채원 밸류운용 부사장은 지난 2006년 4월, 정확히 10년 전 한국밸류자산운용과 대표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의 시작을 함께 했다.
지난 2006년 4월 18일자 일간지 전면광고에는 이 부사장이 모델로 참여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아직도 이채원 부사장 사무실에 걸려있다. 광고 문구는 '10년 투자 고객을 찾습니다'로 밸류운용의 가치투자 철학을 잘 알 수 있다.
사무실 한켠에는 둘째 딸이 직접 만들어 준 태권브이 조각상이 있다. 이 부사장은 "태권브이 가슴의 V는 가치투자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펀드 중 환매제한이 3년으로 가장 길다는 점도 그의 철학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치투자를 고수해 온 결과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는 딱 10세가 되는 해에 설정 후 153%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대비 약 4배 가량의 성과를 냈다. 설정액도 10배 이상 성장한 1조5036억원까지 커졌다.
물론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약 2년간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의 성과는 전체주식형펀드 중 하위 10%에 머물렀다. 시장국면이 가치투자 스타일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저평가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며 달라졌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상위 1%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년간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고 기다린 결과였다.
그는 타 자산운용사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한 자리를 지킨 인물로 주식에 있어서도 때를 기다릴 줄 아는 투자철학을 고수해왔다.
한 후배 매니저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매니저"라며 "처음 운용업계에 발을 디딘 매니저들에게 좋은 선생님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 중심을 잡는 '균형의 매니저'
이영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동원증권 지점에서 금융투자업계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동원투자신탁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이름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킨 뚝심의 매니저다.
한국운용이 턴오버가 낮은 하우스로 정평이 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중심을 지키며 매니저들을 독려해왔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대리 시절 동원투신운용에서 이채원 부사장과 함께했지만 운용 스타일은 다르다. 그는 성장주와 가치주에 균형있게 투자하면서 단기적인 모멘텀을 고려해 전략종목을 가미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기존 동원투신운용 시절에는 가치스타일에 가까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시장국면을 경험하면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혼합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주춧돌이 촉촉해지면 비가 내릴 징조니 우산을 펼치라는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성어를 좋아한다.
이영석 본부장은 "펀드매니저에게는 결단력과 변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한 스타일만을 잘하는 매니저는 성공하면 대가가 될 수 있지만 매니저에게 있어서 시장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프도 치지 않는 그는 단전호흡, 등산을 취미로 하고 있다. 매일 성적표를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 펀드매니저로 2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운용성과 뿐만 아니라 부침이 심한 운용업계에서 그가 신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공생의 원칙을 알고 실천해 왔기에 가능했다"며 "그가 운용하는 마이스터펀드는 시장에서 손꼽히는 공수겸비를 두루 갖춘 펀드"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