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잔 아닌 맥주컵에 마셔야…여름 경쟁 본격화
[뉴스핌=강필성 기자] 달콤하고 톡쏘는 맛에 덮어놓고 마시더라도 술자리를 마치고 멀쩡한 정신으로 집에 가게 된다는 술이 있다. 최근 주류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탄산주' 이야기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탄산주는 기존 탄산을 함유한 주류와는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낮은 알콜의 저도주이면서도 과일 맛을 첨가해 음료수 같이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모르고 마신다면 음료수로 생각할 정도다. 공교롭게도 맥주와 소주가 지배적인 국내에서 탄산주 제품이 이처럼 주목을 받은 때는 없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탄산주만 10종에 육박한다. 탄산주 제품이 출시된 것이 지난해 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제조사들의 경쟁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됐는지 예상할 수 있다.
◆ 탄산 더한 과일소주? NO, 맥주보다 순해
선발주자인 보해양조는 지난해 말 소다맛 탄산주 ‘부라더 소다’를 출시했고 3개월만에 500만병을 팔아치웠다. 이 회사는 이후 딸기맛과 복분자맛, 풋사과맛의 ‘부라더 소다’를 출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는 중이다.
탄산주의 성공 조짐이 보이자 지난 2월 롯데칠성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도 매실주에 탄산을 가미한 ‘설중매 매실소다’를 출시했고 지난 18일 ‘순하리 소다톡 사과’를 선보였다. 무학은 지난달 10일 ‘트로피칼 톡소다’를 내놨고 지난 21일에는 하이트진로가 복숭아 맛의 탄산주 ‘이슬톡톡’을 출시했다. 여기에 전통주로 유명한 국순당까지 쌀로 만든 탄산주를 선보인 상황이다.
제품 트렌드로 보면 탄산주를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지난해 유행했던 ‘과일소주’다. 과일소주가 단맛과 순한 맛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탄산주가 출시 됐으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과즙에 물과 주정을 섞은 희석주라는 점에서는 제조법 또한 유사하다.
하지만 술의 장르만으로 본다면 과일소주와 탄산주는 전혀 별개의 술이다. 따라서 마시는 방법도, 즐기는 장소도 과일소주와 탄산주는 다르다.
만약 탄산주를 마실 때 소주잔을 준비했다면 일찌감치 맥주컵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콜라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느낌을 받게된다. 탄산주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판매됐던 ‘과일맛 소주’의 알콜 13~14도 보다도 더 낮춘 알콜 3~5도에 맞추고 있다. 소주(17.5도)는커녕 맥주(4.4~5도)보다도 순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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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도수가 낮으면 그만큼 목넘김이 부드러워진다. 따라서 탄산주의 잔은 소주잔이 아닌 맥주컵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곧바로 마실 수 있는 캔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쉽게 마시고 또 한번에 많이 소비하게 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도 소주나 과일소주와는 다르다. 단맛과 탄산이 강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음식에 따라서는 본연의 맛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쉽게 말해 소주보다는 맥주 안주가 더 잘어울린다는 이야기다.
기름진 피자나 치킨, 오징어나 과자가 탄산주에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안주가 없다고 마시기 불편한 것은 아니다. 탄산주의 과즙이 생각보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음료수처럼 마시더라도 허전한 느낌은 거의 받지 않는다.
◆ 다가오는 여름, 시장 안착할까
앞으로도 탄산주는 더욱 제품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완연한 봄을 거쳐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탄산주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힌다. 기존 주류 제품과 달리 탄산주는 탄산을 통한 청량감을 장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더위가 본격화되면 탄산주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더위에 음료수의 매출이 커지는 것처럼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면서 달콤함을 지닌 탄산주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수명이다. 과일소주는 지난해 상반기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9월 이후 매출이 급락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중이다. 그야말로 반년 천하였다. 때문에 탄산주의 인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벌써부터 신중론이 나온다. 실제 탄산주는 과실주와 달리, 출시초반의 품귀현상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과일소주가 올린 매출을 올해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게 탄산주였던 것 같다”며 “워낙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이라 탄산주가 과연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