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위험자산 연결고리 깨질 가능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3개월 사이 글로벌 주식시장부터 상품, 이머징마켓 채권까지 위험자산의 강세는 달러화 약세에 기댄 결과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와 4월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금리인상 기대심리의 저하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하락을 버팀목으로 한 위험자산 상승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경제 지표 향방에 따라 달러화가 상승 반전을 이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험자산과 달러화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 자체가 약화되면서 랠리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9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리스크 수요 지수는 지난 4월 초 마이너스 86까지 떨어진 뒤 최근 마이너스 76을 나타내고 있다.
4월 수치는 20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달러화 하락에 대한 위험자산의 상승 반응이 20년래 가장 높았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측의 음의 상관관계가 현 수준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험자산의 랠리가 힘을 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달러화의 상승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월 고용 지표 부진에도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지 않는 데다 일본은행(BOJ)의 엔화 강세 경고 발언에 대한 외환시장의 반응 역시 이 같은 의견을 뒷받침한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 가운데 달러화 상승 포지션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가 한 예다. 자산 규모 2490억달러의 파이오니어는 최근 달러화 상승 포지션을 청산하고 인도 루피화와 러시아 루블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 이머징마켓 통화에 상승 베팅했다.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거래자의 달러화 약세 포지션이 지난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 가운데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거나 연준 정책자들이 매파 목소리를 낼 경우 상황이 급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주장이다.
스티븐 잉글랜더 씨티그룹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달러화와 위험자산의 추세 및 연준의 정책 기조에 대해 투자자들의 안주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이는 작지 않은 리스크 요인이며, 자산시장 전반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화는 연초 이후 주요 통화에 대해 4.5% 떨어졌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해 1년래 최저치로 밀린 상황. 이와 달리 국제 유가는 지난 2월 저점 대비 69% 폭등했고, 금값 역시 1분기 16.5% 오르며 30년래 최대 랠리를 연출했다.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회사채가 연초 이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위험자산 전반에 걸친 강세 흐름은 곧 시험을 맞게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소매 판매 지표와 연준 정책자들의 연설, 이어 내주로 예정된 산업생산 수치가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어줄 경우 관련 자산 가격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정책자들 사이에 긴축을 옹호하는 발언이 제시됐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 지표가 향상된다면 6월이나 7월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달러화가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모든 자산시장이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 상승으로 엔화와 유로화가 내림세로 돌아설 경우 일본과 유럽 주식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