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자율과 책임이 작동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회가 정부의 과잉기능 축소에 앞장서야 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30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제20대 국회를 향해 정부 개혁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요구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
박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행정부의 과잉기능을 축소하고 자율과 책임이 넘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며 "행정부가 자발적으로 기능을 축소할 리 없으니, 이를 국회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제'와 '지원'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휘두르면서 민간의 자율과 책임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걸 바로잡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무기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통제'고, 다른 하나는 '지원'이다"고 운을 뗀 박 교수는 "그 중 통제에는 '공식적 규제'와 '비공식적 통제'가 있는 바, 공식적 규제는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타깃이 분명하나 비공식 통제는 증거가 없고, 증거가 없으니 책임도 없다"고 일갈했다.
일례로 최근의 한계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해운, 조선의 부실기업을 지원토록 한 것은 비공식적인 통제로 어디에도 증거가 남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책임소재를 찾기가 어렵고,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
박 교수는 "공식(규제)이나 비공식(통제)이나 만연해 있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비공식적 통제는 많이 논의되지 못했는데,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스스로 자기 권한을 축소시키는 일을 할 리가 없으므로, 국회가 해줘야 한다"면서 "사안별로 책임소재를 찾는 노력, 즉 비공식적 통제 관행의 잘못을 계속 지적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원'이다. 지원이라는 건 결국 돈을 나눠주는 것 또는 받을 돈을 안 받는 것으로, 듣기엔 좋은 역할처럼 들리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과잉지원이 민간의 책임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눈먼 돈밖에 안 돼 그 자체가 낭비요인"이라며 "망해야 할 기업을 정부가 도와줘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구조조정도 정부가 기업의 책임성을 떨어뜨린 결과로, 정부가 한 번 도와준 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입장에선 어렵게 되면 정부가 살려주다보니, 어려우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메시지를 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물론 구조조정은 아픈 것이고, 실업도 당하는 사람들에겐 심각한 일이며, 지역경제에 타격도 클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런 이유로 사사건건 정부가 도와주면 기업이 책임성을 갖기 어렵고, 어떻게 보면 이것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심각한 훼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망할 기업은 망해야 부실이 안 커진다"며 "망하거나 인수합병(M&A) 촉진으로 다른 건강한 기업에 흡수되게 한다든지, 구조조정과 실업의 아픔을 최소화하면서도 과잉투자를 제어하고 적정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 정부는 (다음 정부로) 폭탄돌리기만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한 마디로 자율과 책임이 없는, 중앙정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사회 시스템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정부가)통제로 자유를 뺏고, 지원으로 책임을 뺏는다"면서 "이런 통제와 지원의 국정운영 방식에서 자율과 책임의 국정운영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회가 입법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