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트럭·SUV 선호…"추세 올해까지 쭉"
[뉴스핌= 이홍규 기자]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에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연비 개선'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정작 기름을 더 먹는 차량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자 블룸버그통신은 자동차 컨설팅업체 자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유럽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다른 승용 차종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추세는 최소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서 판매된 자동차들의 연도별 평균 연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 기름값 싼데… 비싼 고효율차 왜 사!
이런 흐름은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나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시건대학 교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들의 평균 연비는 1갤론당 25.2마일을 기록했다. 이는 유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직전인 2014년 10월, 25.8마일보다 하락한 것이다. 미시건 대학도 이런 추세라면 올해 평균 연비는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시카고 대학의 샘 오리 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연비 효율 개선(추세)은 정말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연비 향상에 대한 혜택이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멈춰버렸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에서 소형 트럭과 밴(van) 그리고 SUV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이는 2005년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55달러를 기록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중국에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규모로 '대형 차량'을 선호하고 있다. 낮아진 기름 가격이 구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높은 소득 수준을 주변에 과시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함께 맞물렸다는 진단이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지난 4월 중국에서 판매된 소형트럭과 SUV는 전체에서 35%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 기록 10%보다 높아진 것이며 10년 전에는 이 비율이 5%도 되지 않았다.
아부다비국부펀드(ADIA)의 크리스토프 룰 리서치 부장은 "소비자들은 원유의 과잉공급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