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당황, 금감원 강경한 입장 여전
[뉴스핌=이지현 기자] 삼성·교보·한화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에도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배임 문제가 걸려있어 보험금 지급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 '빅3'는 전날 ING생명이 급작스럽게 소멸시효 경과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을 포함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ING생명이 이를 전액 지급하면서 대형 생보사들의 보험금 지급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ING생명이 보험금 지급을 갑자기 결정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아직 내부적으로 지급 결정을 내린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ING생명은 매각 문제가 있는 만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차원에서 내린 결정 아니겠냐"면서도 "ING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한 이상 다른 보험사들도 압박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NG생명이 지급 결정을 했지만, 배임 등의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며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말 기준 각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규모는 삼성생명 607억원, 교보생명 265억원, 한화생명 97억원, 알리안츠생명 137억원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보험사들에게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을 포함한 전체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또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회사와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각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계획서를 낼 때까지만 해도 ING생명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전액 지급 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안 주면서 배임 문제가 걸려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판결과 관계 없이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금감원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을 포함한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837억원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는 ING·신한·메트라이프·DGB·하나생명 등 5곳이다. 흥국생명은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내부논의를 통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