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56 종목 중 39곳 적자.. 반년 만에 10배 이상 폭등
[뉴스핌=김성수 기자]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 기업들의 홍콩 증시 우회상장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기업의 우회상장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다.
우회상장이란 특정 기업이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아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상장된 기업을 인수해서 합병회사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중국 비상장 기업들은 부실해진 홍콩 상장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다음 회사 명칭을 바꿔서 홍콩 증시에 간접적으로 상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8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조사 결과를 인용, 2013~2015년까지 홍콩 증시에 우회상장한 종목 중 56곳의 시가총액이 6개월 만에 10배 넘게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39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홍콩거래소 관계자는 우회상장으로 주가가 급변동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투자자들이 거래 규제를 우회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관계자들은 우회상장 기업에게 장기 계획을 명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그레이햄 홍콩거래소 상장 부문 책임자는 "우회상장은 정상적 경로로 증시에 상장할 수 없는 기업들이 상장 기회를 얻는,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우회상장 목적인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우회상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상장 조건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완화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게리 청 홍콩증권협회 부회장은 "중국 기업들은 상장 조건이 완화되면 정상 경로로 상장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며 "우회상장을 겨냥한 규제 강화가 이뤄질 수록 적자를 낸 상장 기업 주식을 매도하기도 어려워지고 이들 기업들도 기업 가치를 회수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기업들의 지분을 대량 매수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 수가 작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