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한진그룹 1조 유동성 지원방안 요구..한진 "입장 변화 없어"
[뉴스핌=조인영 기자] 내달 초 자율협약 만기를 앞둔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5일 한진해운 창립 38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해운> |
18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한진해운은 다음달 4일 자율협약 만기를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채권단이 내건 자율협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한 상황으로, 협약 기한은 오는 9월까지 한 차례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채권단은 향후 시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2년간 운영자금으로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율협약 기간 1개월 연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가시적인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어느 정도 그림이 잡혀야 채권단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협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그룹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우선적으로 유동성 방안이 확정돼야 자율협약 조건인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초 협상단을 꾸려 현재까지 용선료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는 한진해운은 아직까지 "타결 수준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은 또 4112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안 발표 후 런던사옥, H라인 지분, 벌크선, 상표권, 중국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1744억원을 확보하고, 이 외에 동경 사옥과 베트남 터미널법인(TICT) 지분 매각 등으로 933억원을 추가로 마련했지만 채권단의 기준엔 크게 미달하고 있다.
결국 조양호 회장의 결단만을 남겨둔 상황으로, 사재 출연,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 다양한 검토 방안이 고려되고 있으나 여러 이해가치가 얽혀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만일 사재나 유증을 선택한다하더라도 경영권을 담보로 한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그동안 한진해운에 많은 지원을 해왔다. 추가 지원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간 약 1조원을 지원해온데다 추가 지원을 위한 자금도, 명분도 없다는 설명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관련 지분 및 매도가능금융자산에 대한 3680억원의 손실 인식으로 지난 1분기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보유 영구교환사채 등 잠재적인 부담 1571억원을 고려할 경우 5291억원의 추가 손실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황으로선 한진해운으로부터 당장의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 지원 규모도 적잖은 데다 지원한다하더라도 대가 없이 손실로만 잡히게 되는 상황"이라며 "조 회장과 대한항공의 침묵이 무거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