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하락·해외 이익 환차손 '이중고'
[뉴스핌=김성수 기자] 엔화 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일본 주요 기업들이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 기업들은 올 초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만 해도 현재보다 낮은 엔화 값을 기준으로 했었는데, 엔화 가치가 반대로 높아지면서 환차손 등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소니·닌텐도 등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 기간에 엔화는 달러대비 8% 절상됐다. 엔화 강세가 발생하면 일본 기업들은 수출 제품이 비싸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해외에서 번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도 환차손을 겪게 된다.
최근 5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 리테일링은 오는 8월 말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순익 전망치를 60% 넘게 낮췄다. 도요타자동차는 달러대비 엔화 값이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400억엔(약 4350억원)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SMBC 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1일 시작한 회계연도에서 달러/엔의 평균치가 100~105엔일 경우 주요 일본 제조업체들의 정상 이윤이 20~26%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더라도 이 정도면 순익에 미칠 부정적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와증권의 다카하시 가즈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자동차 섹터가 지난 2분기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 6개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의 세전이익이 이 기간에 3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자 업계는 가뜩이나 수요 감소로 고전하는 가운데 엔화 강세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다수 전자 업체들은 영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브렉시트가 발생한 이후 더 큰 환율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파운드화는 지난 4~6월 동안 엔화대비 15% 폭락했다. 오는 28~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여는 일본은행(BOJ)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부양책으로 엔저 효과가 발생해도 일본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영국에 제조공장을 둔 히타치가 최근 파운드 대비 엔화 강세로 주요 부품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는 등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타치는 엔화와 파운드화 환율을 완벽하게 헷지했다고 하지만 영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일본으로 송금될 때 엔화 강세로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닌텐도 역시 달러와 유로 현금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엔화 강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해외 수입 비중이 큰 회사들은 오히려 엔화 강세의 혜택을 보고 있다.
해외에서 가구의 90%를 생산하는 일본 가구 회사 니토리 홀딩스는 지난 3~5월이 포함된 분기 순익이 43% 늘었다고 발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