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인한 자금시장 한파에 제동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회사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가 하락, 달러화 표시 회사채 아래로 떨어졌다.
BOE가 실제 회사채 매입에 나서지도 않은 상황에 의도했던 정책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셈이다.
영란은행 <사진=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A 등급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가 1.38%로 떨어졌다. 이는 1년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보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스프레드가 달러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날 A 등급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는 1.40%를 나타냈다.
스프레드는 같은 만기의 회사채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를 의미한다.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에 대해 투자자들은 국채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경기 침체 경고가 크게 고조됐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영국 회사채 시장이 찬바람을 냈다.
바클레이즈가 2016년 회사채 발행액 전망치를 종전 350억파운드(460억달러)에서 175억파운드로 낮춰 잡는 등 투자은행(IB) 업계의 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잠재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진 만큼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가 상승해야 마땅하고, 실제로 국민투표 이전 1.60 % 선을 밑돌았던 스프레드는 7월 1.85%까지 치솟았다.
BOE가 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7년만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회사채 매입을 결정한 것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해 유동성 경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스프레드 하락으로 인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비용이 하락한 만큼 이미 BOE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셈이다.
또 스프레드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BOE의 결정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크게 고조, 회사채 매입을 기피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시장으로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이로 인해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는 동일한 신용등급과 만기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 스프레드에 비해 5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이날 스프레드의 역전이 투자자들 사이에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영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역시 IB 업계의 전망보다 호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렉시트가 유로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국 회사채 시장을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EU 탈퇴 결정에 따른 리스크 회피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이 진행중인 유로존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을 이전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BOE의 통화완화 결정이 일단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전개를 차단했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