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가격경쟁 치킨게임 시작…넥솔론·KCC·웅진 실패
시황 회복 오래걸려 포기…LG화학·롯데정밀화학 투자 철회
[뉴스핌=방글 기자] 미래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서 기업들의 진출 포기 사례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치킨게임에서 하나 둘 실패자가 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C솔믹스는 최근 태양광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측은 반도체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SKC는 지난 2008년 계열사로 SKC솔믹스를 편입하고, 2010년 평택에 태양광 웨이퍼 생산공장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태양광 산업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로 SKC 태양광 부문의 적자는 지난 2014년 126억원에서 지난해 411억원으로 불었다.
때문에 업계는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등 수직계열화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보고 SKC솔믹스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하는 방법도 두 가지로 나뉜다. 진출했다 실패한 사례와 진출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SKC솔믹스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된다. 이 외에 넥솔론과 KCC, 웅진이 실패 사례에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넥솔론은 매각 3수생이다. 넥솔론은 OCI 오너가(家)인 이우현 OCI사장과 이우정 넥솔론 대표가 지난 2007년 설립한 웨이퍼 전문기업이다. 태양광 시장 호황기를 지나며 2011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저가 경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과 함께 연산 6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에 돌입했던 KCC도 2013년 불황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3년째 국내 설비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재가동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사우디 PTC는 현재 시험 생산에 들어간 만큼, 태양광 사업을 계속해서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웅진도 KCC와 마찬가지로 일부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웅진폴리실리콘 상주 공장은 지난 2012년부터 4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다만 웅진은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를 통해 태양광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C솔믹스가 태양광사업 철수를 마무리 지으면 국내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곳은 웅진에너지 하나뿐이다.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치킨게임이 끝나면 승자독식구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웅진에너지의 투자도 눈에 띈다. 지난달 웅진에너지는 내년 말까지 약 700억원을 들여 잉곳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각각 2GW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더불어 16일에는 SKC솔믹스 태양광 설비 인수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인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해 5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면 웅진에너지는 사실상 적자행진을 계속해왔다. 2013년 312억원, 2014년 131억원의 손실을 내다 지난해 반짝 실적이 회복됐지만, 올해 1분기 다시 94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웅진에너지는 향후 3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치킨게임이 끝나면 태양광사업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
LG화학은 태양광사업 투자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부터 카자흐스탄 현지업체와 공동으로 폴리실리콘 사업 투자를 계획해왔지만,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손을 뗐다. 5년간 사업추진 기회를 모색했지만, 사업 시황이 단기간 회복세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보고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하자마자, 태양광발전소재업체 에스엠피 매각에 나섰다. 에스엠피는 지난 2011년, 삼성정밀화학과 미국 선에디슨이 50대 50으로 투자해 설립한 합작 회사다. 하지만 태양전지 업계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해 3월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에스엠피는 현재 M&A시장 매물로 나온 상태다.
기업들의 태양광사업 진출 포기가 태양광 시장 자체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태양광 관련 계열사와 OCI 등은 분위기가 좋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2일 올해 2분기 매출액이 2조3922억원, 영업이익이 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35% 늘어난 310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은 “웨이퍼 단가 하락 등으로 태양광사업에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OCI는 올해 2분기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폴리실리콘 판매량 증가와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시각이 업계 팽배한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치킨게임이 태양광사업에서도 진행되면서 실패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