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지고 실물자산 뜬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그린스펀 풋’을 필두로 한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자산시장의 장기 랠리를 부추긴 가운데 새로운 기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케인스 풋’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자산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얘기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완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 방임 형의 정부가 아니라 재정 측면에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케인스의 이론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의 근간이 되는 등 미국 근대 경제 정책에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2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선진국 경기 부양책의 근간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중앙은행 풋’에 기대 등락했던 자산시장에 ‘케인스 풋’의 논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이른 정황이 점차 뚜렷하게 포착되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라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세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케인스 풋’이 가시화되기 위한 여건이 충족됐다고 BofA는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이은 유럽 주요국 선거 역시 각 정부에 재정 측면의 부양에 대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BofA의 마이클 하네트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유권자들은 디플레이션과 불평등, 이민 문제 등 구조적 현안을 풀어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인물과 정당을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자본주의나 통화주의에 근거한 지난 수 십년 간의 공감대는 이제 케인스 이론과 보호주의, 사회주의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부양에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으로 파장이 밀려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책의 축이 이동하면서 금융자산의 상승 탄력이 한풀 꺾이는 한편 실물자산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BofA는 내다봤다. 원자재와 부동산 등이 상승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네트 전략가는 지금까지 양적완화(QE)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에 무게를 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조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자산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인프라와 건설, 방위산업 등의 섹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BofA는 에너지와 사이버보안, IT 등을 ‘케인스 풋’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와 네트워킹, 자동차 섹터도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