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도전한 케이윌, 이홍기, 김신의(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아시아브릿지컨텐츠> |
[뉴스핌=이지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가수들이 다시금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록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 케이윌, 이홍기가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가수로서 인지도를 높였던 만큼,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과연 성공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고래고래’ 김신의…초연부터 재연까지, 완벽한 캐스트로 자리매김
록밴드 보컬 김신의는 지난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고래고래’에 주인공 영민 역으로 캐스팅돼 처음으로 뮤지컬에 발을 내딛었다. 록 보컬로 활동했던 만큼 짙은 음악적 색깔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신의는 실력으로 이를 완전히 잠재웠다.
‘고래고래’는 밴드이야기가 전체 내용을 이끌어가는 만큼, 11년간 밴드로 활동한 김신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핸드 싱크가 필요한 기타 연주부터 무대의 동선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가창력만큼이나 뮤지컬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연기. 김신의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겪는 영민의 심리변화를 안정적으로 작품에 녹여냈다. 여기에 폭발적인 록 보컬의 가창력이 더해져 대중의 호평을 이끌었다.
그 결과, 초연 당시 평점 9.3(인터파크 기준)을 얻으며 재연 캐스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뮤지컬 넘버를 직접 작사·작곡하며 음악적 재능도 뽐냈다. 일반적인 가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대사가 곧 노래로 이어지기에 고충도 있었을 터. 그러나 직접 곡을 쓰다 보니, 본인의 음색과 작품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케이윌, 프랑스 오리지널팀도 인정한 싱크로율 100%
남자 발라드 솔로 중, 단연 독보적인 케이윌도 뮤지컬에 입성했다. 첫 출연부터 뮤지컬계에서 대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 역을 꿰찼다. 이미 10년차 가수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한 번도 뮤지컬 배우로서 모습을 보여준 바 없기에 대중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꼽추 콰지모도 역을 1000번 소화한 매트 로랑(왼쪽)과 첫 캐스트에 이름을 올린 케이윌(오른쪽)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
사실 케이윌이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콰지모도 역을 1000번이나 소화했던 프랑스 오리지널 팀 매트 로랑의 힘이 컸다. 앞서 매트 로랑은 케이윌이 진행했던 라디오의 게스트로 깜짝 출연해 그를 캐스팅한 바 있다. 당연히 케이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콰지모도의 거친 음색이 케이윌과 잘 어울린다는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케이윌은 색안경을 끼고 공연을 본 관객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한 관객은 “누가 케이윌의 연기를 보고 이번 작품이 데뷔무대라고 하겠나. 뮤지컬 10년 이상 한 배우하고 해도 믿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또 “케이윌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케이윌 콰지모도 가사전달도 좋은 편이고 발성이 거슬리지도 않았다”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날들’ 이홍기,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할까?
몽니 김신의와 마찬가지로 록 밴드로 자리를 굳힌 FT아일랜드 이홍기도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 초연 당시 뮤지컬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부문의 모든 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비운의 천재로 불리는 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 넘버를 만든 만큼, 록 보컬 이홍기가 ‘그날들’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날들'에서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홍기<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아역 배우로 먼저 연예계에 데뷔했던 이홍기는 이미 연기력은 입증됐다. 일본 투어와 국내 음반 활동으로 탄탄하게 쌓아올린 가창력으로 빛을 볼 심산이다. 극중 수석 경호원 무영 역을 맡은 이홍기는 지금껏 가요계에서 보인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이홍기의 뮤지컬 출연 확정 소식이 전해질 때, 기대뿐 아니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사실 모든 아이돌 가수가 그렇듯, 뮤지컬로 영역을 넓힐 때는 그만큼 부정적인 시선도 따라오기 일쑤다. 뮤지컬은 짧은 음반 활동에 비해 호흡이 긴 만큼, 본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항상 실력 논란이 따라오다 보니, 영역을 넓히려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30명이 넘는 앙상블 팀과 주연배우들과 호흡도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혼자서 무대를 꾸미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하지만 ‘그날들’ 장유정 연출가는 “이홍기에게 본인이 지금까지 써왔던 장점을 많이 누르게 했다. 이 캐릭터를 위해 맞춰가는 게 힘들었을 텐데 성실하게 임해줬다. 가수가 아닌 배우 이홍기로 느끼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지만, 가수들이 뮤지컬을 선호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매번 비슷한 무대만 보여줄 수 있는 본업과 달리 개성 강한 역할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수의 팬 입장에서도, 뮤지컬 마니아들 입장에서도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반갑게 느껴진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