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청산 시 화주 이탈 가속화..국내서 수요·공급 해결해야
[뉴스핌=조인영 기자] 해운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제 2의 조양상선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해운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국내 완결형 산업구조를 만들고 내수 시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인영 기자> |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상수송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 국회정책세미나에 참석한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대형 화주 속성상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택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상당부분 한진해운에서 외국선사로 갈아탈 것이고, 외국어 커뮤니케이션이 떨어지는 중소화주들만 남게 될 것"이라며 "중소화주들이 국내선사를 이용하면서 치르게 될 비용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상생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은 국내 완결형 산업구조다. 일본은 만든 배의 75%가 일본을 위한 배이며, 일본 조선소들이 조달하는 후판은 100%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대형화주들이 수송을 위해 사용하는 선사는 100% 일본선사"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일본은 항해의 안정성 유지라는 이유로 일본과 거래 경험이 있는 선사만 한정해 거래한다"며 "4년 전 일본 조선업체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을 때 선박 수출촉진주식회사를 만들어 수주절벽 문제를 사뿐하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일본 제일중앙기선 도산 위기도 예로 들며 "지방은행들이 일본 조선소에 신조하도록 빌려준 돈이 1조엔"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조선과 해운을 묶어 청문회가 열리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표했다. 그는 "조선은 오로지 수출을 위해 머스크에 우리나라 돈 80~90%를 빌려주며 배를 지으라고 했다. 그런데 왜 같이 묶어 청문회를 한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조양상선 경험을 살려야 한다. 살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못 살렸다. 화주들은 현대나 한진으로 가지 않고 대부분 머스크 등 해외 선주사들로 갈아탔고, 이를 토대로 선주사들은 구주~아시아 발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지적됐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 실장은 "유럽 항로에 1개 노선(선박 8척)을 마련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금리는 5%, 일본은 1%"라며 "20년 상환으로 놓고 보면 이자 비용만 3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금리는 입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자 갚는데만 1년에 3500억원이 든다. 이렇게 해선 아무리 날고 기는 영업을 해도 이익을 낼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금융상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중자금을 해운에 끌어오기 위해선 좋은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외부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운시장을 알고 선순위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선주 관점의 전문 은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중에 깔린 600조를 쓸 수 있으려면 원화결제를 해야 한다. 국내조선소가 국내기자재를 써 외화결제 시스템이 필요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달러 사용 없이 원화로 쓰는 시스템을 가동하면 낮은 금리로 금융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에 들어간 공적자금 회수는 자국 화물을 늘리는 것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해양수산업 매출이 80조다. 1개 선사가 잘못되면 3~5만명의 실업이 발생한다. 3000억원 때문이라면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한진해운 지원으로 인한 원금 회수는 금리 이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화물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내수 시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