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대중교통은 기본적인 권리"
[뉴스핌=이진성 기자] #고향이 경상남도 진주인 2급 중증장애인인 A씨(33세, 남)는 직장문제로 서울에서 근무한지 5년째다. 그는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추석연휴를 맞아 고향을 방문한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연휴 때마다 부족한 콜택시와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없는 고속·시외버스 등의 문제로 고향 방문이 어려워서다. 주로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와 함께 연휴를 보냈다. 하지만 올 추석은 홀로 쓸쓸히 보내야 한다.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진 부모님이 이동하기 어렵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추석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추석 기간에 돌입하면 휴무차량이 많아져 예약조차 어렵고, 장거리 이동을 위한 고속·시외버스 등은 장애인들을 위한 좌석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주요 선진국에선 이동이 불편한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등 국가 차원의 관련 규정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14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 9574대 가운데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사용가능한 휠체어 승강설비 및 전용공간을 갖춘 차량은 단 한 대도 없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규정 마련에 정부가 손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교통뿐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최근 다시 줄고 있다. 근린생활시설과, 문화·집회시설, 의료시설, 업무시설, 자동차관련시설, 공동주택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1998년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 2008년 77.5%에 달했지만, 2013년에는 67.9%로 다시 하락했다.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교통 및 편의시설을 100% 갖추기 위해 정부차원으로 규정 및 권고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장애인단체 등은 다른 편의시설은 배제하더라도 이동문제 만큼은 서둘러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단 추석같은 명절의 상황만이 아니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대중교통 접근성 문제는 사회복지적 차원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자립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년)'을 수립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장비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을 위한 본질적인 정책보다는 일부 편의만 제공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의 계획은 모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아닌, 이동편의증진법을 준수하는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사회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 원칙보다는 특정 분야의 편의를 제공하는 식의 정책만 펴왔다"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야 정부의 이번 이동권리를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앞으로 장애인의 대중교통 접근성 문제를 배려차원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 적인 권리로 판단하고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