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 나몰라라..계약 시점 '초피' 잡는데만 혈안
[뉴스핌=최주은 기자] “분양권 거래 단속이요? 단속해도 살 사람들은 다 삽니다. 최근 투자자들은 분양권을 ’확실한 수익처’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계약금 3000만원에 웃돈만 있으면 강남 재건축 단지에 투자해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어느 때보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죠.”(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사)
“안 하는 사람이 바보죠. 요즘은 '초피'(초기 프리미엄)를 잡으면 무조건 돈 벌어요. 서울 시내 웬만한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송파구 문정동 B공인중개사)
최근 신규 아파트 청약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열기가 분양권 시장으로 옮겨 붙고 있다. 단기간에 수 천 만원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이 시장에 몰리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삼성물산이 분양했던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1단지) 분양가 대비 웃돈은 8000만~1억원 가량 형성됐다. 주변에서 삼성물산이 지난 6월 분양한 ‘루체 하임’(일원 현대) 분양권 프리미엄도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분양권 전매는 아파트 입주 이전에 분양 계약서를 사고파는 것이다. 현행법상 수도권 지역에선 일반 공공택지의 경우 전매제한이 1년,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지방에선 공공택지는 1년간 전매가 제한되며 민간택지는 전매제한이 없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를 위해 사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자료=커뮤니티 캡쳐> |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루체하임은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곳으로 분양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형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들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각각 3760만원, 3730만원으로 전용면적 59m²의 분양가가 모두 10억원이 넘는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청약이 미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계약을 마쳤다. 지금은 탄탄한 분양권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개포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루체하임의 경우 분양가가 워낙 높게 책정돼 프리미엄 형성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경우 분양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전매제한 해제를 한 달 앞둔 지금 8000만~1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의 불법 분양권 거래 단속이 있었던 지난 6월에도 분양권 거래는 꾸준히 이어졌다.
분양권 거래는 계약 직후부터 입주 전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통상 투자자의 경우 계약 직후, 실수요자의 경우 입주 시점에 거래를 많이 한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초기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단속도 불사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블레스티지와 루체하임 견본주택이 있는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 주변 B중개업소 관계자는 “국토부가 ‘루체하임’을 본보기로 지난 6월 단속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권 불법 거래는 이어졌다”며 “정부 단속과 상관없이 4월과 6월은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루체하임 계약시기로 하루에 많게는 8건 이상씩 거래를 알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초피'가 적게 형성됐을 때인 계약 직후 분양권 거래가 많기 때문에 단속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발했다”고 덧붙였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아니더라도 인기지역에서는 분양권 불법 거래가 활발한 모양새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 7월 대림산업이 분양한 ‘아크로 리버하임’에 대한 분양권 문의가 늘고 있는 것. 이 단지는 한강이 보이지 않는 일반 분양 물량의 경우 초기 프리미엄 2000만~5000만원 붙은 상태다. 한강이 보이는 조합원 물량(동호수 추점전)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분양권 웃돈이 1년 이내 1억~2억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