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몬스터' 강지환이 장장 8개월 간의 '복수의 아이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50회 동안 극 안팎으로 힘겨운 과정을 거친 강지환은 거의 '극한 직업' 체험을 했다 봐도 무방했다.
강지환은 지난 27일 서울 한남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MBC '몬스터'를 마친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 끝나고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해본 건 처음이라 낯설다. 드라마 기분 좋게 잘 끝내서 기쁘고 직접 가까이 가서 못다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몬스터는 올해 2월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강지환은 거의 2016년의 대부분을 여기에 매달려 보냈다. 긴 촬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그는 시원한 소감을 털어놨다.
"'몬스터' 끝난 지 10일 정도 됐어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거의 8개월 동안 드라마에 올인했죠. 50부작은 저도 처음이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끝까지 감독님과 배우 분들과 웃으며 끝낼 수 있어서 서운하기보다 홀가분해요."
긴 시간 함께 동고동락한 배우들, 제작진과 스태프들과는 고생하며 나름의 결과를 일궈냈기에 정도 많이 들었다.
"촬영 끝나고 작가들과 배우들과 뒷풀이를 몇 번 더 했어요. 부모님과 가족, 못 만난 친구들 만나고 잠도 자고 술도 많이 마시고 고기도 많이 먹었어요. 아직까지는 그런 시간들을 좀 보냈고, 본격적인 휴가는 이 간담회를 끝내고 내일 아침부터 맞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몬스터'의 장영철, 정경순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강지환. 지난 작품인 '돈의 화신'에 비해 호흡도 길고 등장 인물이 훨씬 많아진 장편 특별기획 드라마 특성상 아무래도 주인공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써주는 대본을 소화하기는 수월해졌다.
"아무래도 '몬스터'에는 '돈의 화신'보다 훨씬 많은 인물들이 나왔죠. 캐릭터마다 할애도가 많아서 역할들의 분량이 나뉘다보니 주인공으로는 그런 게 좀 서운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좋았던 점은 작가님과 호흡해봤기 때문에 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거죠. 지문을 많이 안써줘도 작가님이 어떤 의도로 썼는지 캐치하기가 빨랐고 배우들과 금세 맞출 수 있었어요."
50부나 달려왔지만, 마지막회에서 일명 '사이다 전개'는 악의 축 변일재(정보석)가 죽음을 맞는 것에 그쳤다. 극중 수연(성유리)이 건우(박기웅)와 감정이 가볍지 않았던 탓에 기탄(강지환)과 완벽히 닫힌 '해피엔딩'을 그려내지 못했다. 결말에는 만족하는지 강지환의 의견을 물었다.
"시원하진 않았는데 결말이 만족스럽긴 했어요. 아예 마침표를 찍었다면 50부작을 이렇게 딱 끝내는 것 같아 아쉬웠을 것 같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시즌 2를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인물들의 관계를 열어놓고 끝나서 개인적으로 만족했죠. 감독님과 배우들 사이 가장 포인트가 됐던 건 열린 결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마지막에 선택하는 여자가 오수연인지 도신영인지가 비공식적인 포인트였어요. 회의를 우리끼리 많이 했죠."
강지환의 말이 아주 의외는 아닌 것이, 중간에 건우와 수연, 기탄의 삼각관계와 도도그룹 내 복잡한 암투가 길게 이어지며 기탄과 수연의 로맨스 분량이 충분치 못했다. 오히려 도신영(조보아)의 지고지순한 애정에 신영과 기탄의 사이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드라마로 따지면 성유리 씨를 택하는 게 맞긴 하죠. 근데 극중 오수연은 야망이 있더라고요. 도건우가 부회장이 되고 하니까 약간 야망이 있는 것 같아 보였죠. 한 남자를 지고지순하게 바라보는 도신영 역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어요. 작가님한테 '좀 더 진실된 여자 같아요'라는 얘기만 했어요. 야망있는 여자보다는 지고지순한 여자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돈의 화신' '빅맨'을 거쳐 '몬스터'까지. 일명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강지환은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실상 처음 주목받았던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호흡이었기에 이제는 조금 묵직함을 내려놓고 가벼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드러냈다.
"의도를 한 건 아닌데 돈의 화신, 빅맨, 몬스터까지 복수라는 키워드를 이어왔어요. 작품을 결정하고 보니 복수 캐릭터였던 적이 많았죠. 한 가지 캐릭터에 여러 면이 들어있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간은 신경을 별로 안썼는데 복수에 집착한다는 시선이 있어서.(웃음) 다음 작품 고를 땐 좀 고려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몬스터'에서는 유난히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과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 합이 중요했다. 강지환은 유난히 '악의 축'을 연기하는 정보석과 대면하는 신이 많았다. 그는 "초반에 정말 많이 떨렸다"면서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보석이 형과 하는 게 가장 떨렸어요. 초반에 앙숙으로 맞붙어야 할 선배이기도 했고, 제가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에 한 획을 그은 분이었으니까요. 데뷔했을 때 리틀 정보석이란 얘길 들었던 적도 있고요.(웃음) 많이 뵙고 싶었고 잘 보이고 싶었어요. 연기적으로 뒤쳐지지 않으면서 예의를 갖춰 잘 하려는 마음이 컸죠. 다행히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웃으면서 끝낼 수 있었어요. 다음주에는 보석 형님 집에 놀러도 갈 정도로 친해지기도 했고요."
복수와 멜로,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다채로운 장르와 스토리를 버무린 '몬스터'. 그 탓에 초반에 성유리와 멜로 호흡에 기대가 컸지만 강지환의 기대에는 못미쳤다. 앞서 얘기한 작가에게 약간은 서운한(?) 분량 외에 멜로 갈증이 이 드라마를 마치며 그가 못내 아쉬워한 점이었다.
"멜로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쉬움이 커요. 성유리 씨와 여러 작품을 하면서 남녀 주인공의 멜로 부분에 안타까워하고 잘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드라마 초반에도 사실 둘의 멜로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거였죠. 장기간의 스토리를 끌어가다보니 주변에 사건들이 부각됐는데 주인공의 멜로와 로맨스 호흡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건 배우로서 아쉬울 수밖에요."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지환은 "변일재는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에 사형을 당하는 신이 있는데 제가 직접 촬영을 보러 갔다. 제가 세트장 안에 가서 그 마지막을 직접 봤다"고 말하며 큰 웃음을 안겼다. 경쟁작들에 비해 화제성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10% 초반의 시청률과 동시간대 2위 자리를 고수했던 '몬스터'. 특정한 연령층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데서 강지환은 나름대로 만족했다.
"기사를 봤는데 '몬스터'는 주 시청층이 5060이래요. 초반엔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안나와서, 그땐 정말 시청률 때문에 상처받기도 했어요. 근데 경쟁사에서 한 세 작품쯤 상대하다보니 조금 무뎌지더라고요.(웃음) 가장 지지해주는 시청층이 확실했고, 10%대 초반으로 6개월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특히나 리우올림픽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걸 보니 '이거봐라' 했어요. 기복이 있거나 떨어지거나 하면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길게 가는 게 보기 좋았죠. 그것이 우리 드라마와 우리의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화이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