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저축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일본계 참여
[뉴스핌=이지현 기자] 일본계 자본이 국내 저축은행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매물로 나온 현대저축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또 국내진출 일본계 저축은행은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본 라쿠텐 기업과 홍콩계 사모펀드(PEF)운용사인 퍼시픽 얼라이언스그룹(PAG),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KB금융지주가 매물로 내놓은 현대저축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현대저축은행은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로, 올해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6월 기준 자산규모는 1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90억원이었다. 자산규모로는 전체 79개 업체 중 5~6위 수준이다.
입찰에 참여한 라쿠텐 기업은 일본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이후, 최근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라쿠텐은행)과 증권 부문 등 금융 분야에도 진출한 회사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찰에 참여한 회사 중 라쿠텐 기업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보고 있다. 다른 참여 업체보다 입찰 가격을 더 높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함께 참여한 아프로파이낸셜 대부 등의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인수시 제한이 있기 때문.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부실 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고금리 영업이 우려된다는 여론에 따라 대형 대부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했다. 당시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금감원에 제출한 '저축은행 건전경영 및 이해상충 방지계획'에 따르면 아프로그룹은 오는 2019년까지 대부업 자산을 40%이상 줄이고, 장기적으로 대부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낸 바 있다.
이처럼 조건부 승인만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미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로파이낸셜 대부에 추가적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 최근 이들 대부업계열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영업을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짐에 따라 당국 승인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라쿠텐기업이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저축은행 업계에서 일본계 자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산규모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은 일본계 자본이 투입된 대형 저축은행으로 자리잡은바 있다.
이처럼 일본계 자본이 국내 저축은행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미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인수가 용이한데다, 수신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저축은행업권으로 진출하면 자금 조달도 용이한 이점이 있다는 것.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진출한 일본계 자본들이 국내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선례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감독규제가 심한 편임에도 여러 이점이 있어 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진출한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사업규모 확장도 눈에 띈다. 국내에 JT친애저축은행·JT저축은행·JT캐피탈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일본 J트러스트그룹은 최근 부산의 DH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서울과 경기권 외에 부산 지역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사업규모 확장을 위해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은행과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업권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