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정면 충돌 논란 확산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 및 직무 수행 능력을 다룬 보도를 문제 삼아 뉴욕 타임즈(NYT)를 향해 전례 없이 거친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관련 보도를 '선동적(seditious)', '반역적(treasonous)'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아예 신문 발행 중단까지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밤(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을 둘러싼 '노쇠화' '둔화 징후' 관련 언론 보도를 "가짜(Fake) 보도"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건강과 업적을 강조하며 언론 비판을 집중적으로 쏟아낸 해당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총 세 차례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았으며 "세 번 모두 만점으로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통령들은 이 검사를 피했다"며 자신이 누구보다 건강하고 명석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과 활력에 의문을 제기한 최근 NYT 보도를 두고 "미국 대통령을 비방하고 폄하하는 행위"라며 "선동적이고, 어쩌면 반역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나아가 NYT를 "편향되고 진실하지 않은 정보원"이라고 규정하고, "이 신문이 발행을 중단하는 것이 이 나라에 가장 좋은 일"이라는 취지로 사실상 폐간을 주장했다. 그는 "나만큼 열심히 일한 대통령은 없다", "사상 최고의 경제, 군 재건, 최대 감세와 규제 완화를 이뤘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지만, 이는 정치적 해석이 크게 엇갈리는 자기 평가에 가깝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세 번의 인지 기능 검사에서 세 번 모두 만점'이라는 대목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과 의료기관, 의료진 등은 공식 기록이나 독립적 검증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짚고 있다. 과거 1기 재임 당시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에서 만점을 기록했다고 밝힌 전력은 알려져 있지만, 최근 언급된 '세 번째 검사'에 대해서는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현시점에서는 대통령 본인의 주장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NYT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일정과 행보를 토대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와 노화 징후를 짚은 것으로 공식 일정 시작 시간이 1기 재임 당시보다 늦어지고, 일정 횟수도 줄어드는 양상이 포착됐다는 취지다. NYT 측은 해당 기사가 대통령 주변 인사와 참모, 의료 전문가 등 여러 취재원을 바탕으로 충분한 취재원에 기반한 보도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언론 공격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비판적 보도를 형사 범죄 개념인 '반역'과 직접 연결한 데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 관련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특정 언론사의 기사에 '반역에 가깝다'는 딱지를 붙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수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CNN, NBC 등 주요 방송사에 출연한 헌법·언론법 전문가들은 비판적 보도를 '반역'과 같은 중범죄 개념과 결부시키고,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로서 매우 위험한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아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력 일간지의 폐간까지 거론한 행위는 비판적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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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12월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각료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뉴욕 타임즈는 공식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NYT 대변인은 대통령의 표현을 "거짓되고 선동적인 언어(false and inflammatory language)"라고 규정하며, 이런 위협적 언사는 자유 언론의 역할을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 독자들이 선출된 지도자의 건강과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해 충실하고 정기적인 보도를 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다른 정치인들의 연령·건강 문제를 언론이 다룰 때는 이를 공격 소재로 활용하다가, 정작 같은 기준이 자신에게 적용되자 "반역적"이라고 비난하고 폐간까지 요구하는 것은 모순된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NYT의 '노쇠·둔화' 보도 이후 적잖이 상심한 기색을 보이며, 감정적인 표현과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