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민주주의, 경제민주화와 무관…장기적 기업가치 훼손 우려 커
[뉴스핌=김신정 기자] 주주민주주의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이론은 이미 미국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사냥꾼 같은 행동주의자만 득세하는 수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경제민주화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쟁점과 과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 각국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자국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보호해 주고 있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경영권 통제에 집중된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주주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과거의 미국 지배구조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론으로 한국 기업집단을 개혁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 민주주의 이상적으로 구현한 형태인 미국의 전문경영인체제는 과거에 성공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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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과거 미국 전문경영인체제가 성공을 거뒀을 때에는 소수주주들의 힘이 미약했었지만, 대기업 경영진을 공격하는 첨병으로 기업사냥꾼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철저하게 사익(私益)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신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미국 경영자들과 금융투자자들이 동시에 '주주가치 극대화(MSV)'를 적극적으로 추구한 결과 주식시장이 분배악화의 창구가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10년간 연평균 3660억 달러(약 421조 원)의 돈이 비(非)금융기업에서 순유출됐다.
그 중 52.5%는 자사주매입, 35.7% 배당, 나머지 11.8%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유출됐다. 신 교수는 "지난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자금유출은 주로 자사주매입과 배당 때문"이라며 "이는 잉여현금만이 아닌 미국 기업의 경상이익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현재 미국의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상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경제민주화론에서 이를 추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 수단으로 채택했던 수단들이 이상을 달성하는 데에 합목적적인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석훈 한경연 실장은 "경제민주화 논쟁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1주1의결권 원칙과 소유-지배 비례원칙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소수 주주 보호명분의 주주민주주의 강화로 귀결된다"며 "하지만 주주민주주의는 경제민주화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는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문제일 수 있다"며 "주주민주주의와 주주행동주의 강화가 답이 될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