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직원 기부액 97%, 클린턴에 쏠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표심은 그 어느 때보다 민주당에 가장 많이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거대 기술 기업 직원들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기부금 액수가 트럼프보다 무려 60배나 많았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정치자금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유명 기술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클린턴에 대한 기부 자금 규모는 총 3000억달러를 기록해 5만달러를 기록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60배 많았다고 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가 보도했다.
비율로 보면 거대 기술 기업 종사자들이 투척한 선거자금의 97%를 클린턴이 독차지했고 나머지 3%를 트럼프와 제 3당 후보인 개리 존슨과 질 스타인 후보가 나눠가졌다.
보통 실리콘밸리가 민주당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이례적이다. 과거 2012년과 2008년 대선 당시 민주당 측이 미국 통신, 전자 업계로부터 기부 받은 자금은 공화당보다 각각 3, 6배 많았다. 같은 기준으로 하면 현재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55배 많다.
트럼프의 소수자, 여성, 이민자 등에 대한 차별적 발언들이 실리콘밸리의 표심을 클린턴으로 쏠리게 한 배경이다. 미국 기술기업 상당수가 이민자에 의해 설립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노동력을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예비선거 초기 때부터 멕시코에 장벽을 짓고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애플처럼 해외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술 기업들에 제조 거점을 국내로 옮길 것을 주장하기도 해 기업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미국의 거대 유통기업 아마존에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아마존 회장이자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에게는 워싱턴 포스트가 "정치 권력을 위한 도구"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클린턴은 캠프에 기술 책임자를 두는 등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은 지난 6월 말 미국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역시 약속했다. 이를 골자로 클린턴 캠프는 '기술 혁신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Technology & Innovation)'을 발표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실리콘 밸리에 보내는 러브레터(a love letter to Silicon Valley)'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케일벤쳐파트너스의 케이트 미셸 파트너는 "클린턴에 대한 97%의 지지는 굉장히 놀라운 것"이라며 "클린턴의 산업 정책이 (기술 기업들에)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업계의 클린턴 선택은 별로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